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30일(현지 시간)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경기 9회 초 3루타를 친 후 1루로 달리고 있다. 이정후는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고, 샌프란시스코는 3-8로 패했다. / 사진=뉴시스 /사진=민경찬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3루타를 포함해 멀티히트를 치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2경기 연속 멀티히트, 7경기 연속 안타다. 그러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는 투수진이 무너지며 5연패 늪에 빠졌다.
이정후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 필드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 경기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허리 통증을 딛고 전날 빅리그에 복귀한 이정후는 복귀전에서 5타수 4안타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불방망이를 뽐냈다. 2경기 연속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달성하며 부상 우려를 완전히 씻어냈다. 지난 15일 LA 다저스전부터 시작된 연속 안타 행진도 7경기로 늘렸다. 시즌 타율은 종전 0.283에서 0.287(188타수 54안타)로 소폭 올랐다.


경기 초반은 득점권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이정후는 2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은 첫 타석에서 상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팀이 0-4로 끌려가던 5회초 선두타자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콜로라도 오른손 선발 투수 라이언 펠트너가 던진 시속 143.2㎞(89마일) 슬라이더를 결대로 밀어 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깔끔한 안타를 만들었다. 투구 궤적을 끝까지 지켜본 특유의 콘택트 능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후속 타자 맷 채프먼이 3루수 앞 병살타를 치며 2루를 밟지는 못했다.

7회초 1사 2루 득점권 기회에서는 1루수 땅볼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정후의 진가는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인 9회초에 빛났다. 팀이 2-8로 크게 뒤진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선 이정후는 콜로라도 우완 불펜 투수 블라스 카스타노의 시속 134.7㎞(83.7마일) 스위퍼를 정확한 타이밍에 걷어 올렸다. 큼지막한 타구는 우중간 담장 앞까지 굴러갔고 이정후는 폭발적인 주력을 앞세워 3루까지 안착했다. 올 시즌 이정후가 기록한 두 번째 3루타다. 이후 채프먼이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를 치면서 이정후는 여유 있게 홈을 밟아 득점까지 추가했다.

이정후의 이번 활약은 해발고도 1600m가 넘어 '투수들의 무덤'이자 '타자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쿠어스 필드에서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지대 특성상 공기 저항이 적어 타구가 멀리 뻗어나가는 장점이 있지만 투수들의 변화구 궤적이 밋밋해져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기 쉬운 환경이다. 이정후는 까다로운 환경 속에서도 스위퍼와 슬라이더 등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예리한 변화구를 완벽하게 공략하며 빼어난 현지 적응력을 증명했다. 9회초 스위퍼를 공략해 만들어낸 3루타는 그의 뛰어난 배트 컨트롤과 하체 중심 이동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다.


최근 이정후의 타격 상승세는 샌프란시스코 타선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 특유의 강속구와 낯선 투수들의 투구 패턴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문가들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이정후는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빠져나가는 유인구에 방망이가 헛도는 횟수를 현저히 줄였고 자신만의 타격 존을 확실하게 설정해 출루율을 높이는 전략이 주효했다. 메이저리그 첫해부터 팀의 중심 타선에 배치돼 제 몫을 다하며 신인왕 경쟁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의 고군분투에도 샌프란시스코는 좀처럼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콜로라도 선발 펠트너의 호투에 꽁꽁 묶인 데다 불펜진마저 연달아 실점하며 3-8로 완패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러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패배로 시즌 22승 36패를 기록하며 5연패 사슬에 묶였다. 선발 투수진의 잇따른 부상 이탈과 중심 타선의 침묵이 겹치면서 투타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가을 야구 진출을 위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정후가 부상 복귀 직후 매서운 타격감을 보여주며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고 있는 점은 샌프란시스코의 유일한 위안거리다. 타선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이정후가 6월 일정에서 팀의 연패 사슬을 끊어내는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샌프란시스코는 1일 같은 장소에서 콜로라도를 상대로 연패 탈출에 재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