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장 후보 이동철 /사진=이혜미
여신금융협회가 관료 대신 카드업을 경험한 민간 금융인을 차기 수장으로 택했다. 업권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앞세워 카드·캐피탈업계의 산적한 현안을 풀겠다는 기대가 반영된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만 과거 첫 민간 출신 협회장 사례처럼 상징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동철 후보의 정책 조율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전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단독 추천했다. 이 후보자는 16일 열리는 임시총회 의결을 거쳐 임기 3년의 제14대 여신금융협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이 후보자가 최종 선임되면 김덕수 전 회장에 이어 두 번째 민간 출신 여신금융협회장이 된다. 그동안 여신금융협회장은 금융당국이나 경제부처 출신 인사가 주로 맡아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선을 두고 여신업권이 관료 출신보다 업권 이해도와 실무 경험을 갖춘 인물을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 상무, KB생명보험 경영기획본부 부사장, KB금융지주 CSO(전략총괄부사장), KB국민카드 대표이사, KB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지냈다. KB국민카드 대표 시절에는 자동차 할부·리스, 중금리 대출 등으로 수익원을 넓혔고 종합금융플랫폼 KB페이 출시와 해외 사업 확대도 추진했다.

업계가 이동철 후보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드업과 그룹 전략, 디지털·IT(정보기술) 부문을 두루 경험한 만큼 업권 현안을 비교적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민간 출신 회장이라는 점이 곧바로 업권 현안 해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서 김덕수 전 회장도 카드사 CEO(최고경영자) 출신으로 업계 이해도와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관료 중심 협회장 구도를 깬 첫 민간 출신이라는 상징성도 컸다.


그러나 재임 기간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셌고, 협회가 업계 요구를 충분히 관철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민간 출신이라는 배경만으로는 당국과 국회를 상대로 한 정책 협상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이동철 후보가 김 전 회장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업권 이해도를 정책 성과로 연결하려면 회원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조율력과 금융당국·국회와의 실질적인 협상력이 함께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여신금융업계가 처한 환경도 녹록지 않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하고 있다. 카드론 규제와 조달비용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은 여신전문금융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금리 변화에 따른 부담이 크다.

캐피탈업계도 건전성 관리와 신사업 확대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리스·할부금융, 렌탈, 신기술금융 등 사업 영역별 제도 개선 요구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 결제 환경 변화도 차기 협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빅테크와 간편결제 사업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카드사의 지급결제 시장 내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업계에서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사업자에 대해 동일한 규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도 새로운 변수다.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정산 체계가 은행이나 빅테크 중심으로 설계될 경우 카드사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대로 카드사가 보유한 결제망과 가맹점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공존한다.

결국 이동철 체제의 핵심 과제는 '민간 출신 회장'이라는 상징을 실제 업권 대변력으로 바꾸는 데 있다. 카드수수료, 조달비용, 캐피탈 건전성, 빅테크 규제 형평성, 스테이블코인 대응까지 어느 하나 가볍지 않은 현안이 쌓여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카드사와 캐피탈사 모두 기존 수익구조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시기"라며 "차기 협회장은 업계를 잘 아는 것을 넘어 당국과 국회를 상대로 얼마나 실질적인 조율력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