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 6월3일 오후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취재진과 주민들이 모여있다. / 사진=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역이 확정되기 전 예산부터 편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유의 대규모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부른 선관위가 세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썼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경북 김천시)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 예산을 실제 선거인 수 기준으로 산정하지 않고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에 500만원씩 총 8500만원을 배정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14개 선거구에서만 치러졌지만 선거를 어디에서 치를지 정해지기도 전 예산부터 편성한 셈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단초가 된 기준 변경 과정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을 각 시도 선관위에 내리면서 투표용지 인쇄 매수 하한 기준을 기존 예상 선거인 수의 60%에서 50%로 낮췄다. 이 지침을 별도 회의 없이 내부 결재만으로 확정해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


선관위는 다른 항목에서 쓸 돈이 모자라면 투표용지 인쇄비를 끌어다 쓸 수 있는 구조로 예산을 운용했다. 투표용지 인쇄비를 별도 항목으로 따로 관리하지 않은 탓이다.

선관위는 예비비 배정이 늦어졌다는 이유로 인쇄비를 총 13억747만원 규모의 운영비에 포함해 각 시도 선관위에 재배정했다. 이 운영비에는 투표용지 인쇄비 뿐 아니라 투표 소모품 구입비, 공공요금, 임차료 등 각종 선거관리 비용이 함께 들어 있다.

한 항목에서 돈이 부족하면 인쇄비로 잡아둔 예산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선관위는 각 재보궐선거 지역의 투표용지 인쇄 예산 편성·집행 내역은 물론 실제 인쇄량조차 내놓지 못했다.


송 의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의 잘못된 정책 결정과 총체적 관리 부실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라며 "국민의 소중한 참정권 행사에 차질을 초래한 이번 사태의 진상을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