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판교 인근 IT노조원들이 판교 유스페이스 광장에 모여 카카오 파업 승리 결의대회에 참가했다. /사진=양진원 기자
카카오 노조가 사상 첫 파업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연 가운데 판교 인근에 산재한 IT노조들까지 가세해 기세를 올렸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카카오 노조)는 10일 오전 11시30분 부분 파업과 함께 결의대회에 돌입했다. 부분 파업은 오후 3시까지며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근무시간 기준 4시간이다.

노조는 이날 10시부터 파업투쟁 관련한 교육을 진행했고 12시부터 판교 일대를 행진하고 유스페이스 광장에 도착, 오후 2시를 넘어서까지 결의대회를 이어갔다.
카카오 노조가 판교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양진원 기자
박성의 카카오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화섬식품노조 산하 IT위원회까지 동참하면서 참가 인원이 8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파업으로 업무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은 본사 1000명 등 총 1500여명이다.
노조는 행진 전 조합원들에게 '단결투쟁' 글씨가 적힌 검정 티셔츠와 양산을 나눠줬다. 이들은 판교역 광장에서 시작해 엔씨, 네오위즈, NHN 사옥을 차례로 지나며 "무책임한 경영진은 퇴진하라", "카카오 파업 승리로 공동교섭 쟁취하자"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노조는 행렬이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엑스엘게임즈에 이르자 카카오를 향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회피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이라며 "실적 악화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정리해고와 인위적 구조조정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는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책임 있는 대화에 나서고 고용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라"고 촉구했다.
너도나도 구경나온 카카오 노조 행진…"IT 노조의 공통된 요구"
카카오 노조가 판교 일대를 행진하면서 경영진을 성토했다. /사진=양진원 기자
시위대의 규모가 점차 늘어나면서 점심을 먹으러 나온 판교 직장인들은 사진을 찍거나 자리에 서서 구경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뒤늦게 식사를 마치고 행렬에 합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노사 갈등이 심한 웹젠 사옥 앞에서도 성토의 장이 열렸다. 카카오 노조 앞에 선 노영호 웹젠노조 지회장은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기획된 악의적인 행위 이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또한 대한민국의 노동법을 기만한 명백한 범죄"라고 꼬집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웹젠이 노영호 노동조합 지회장에게 임금 인상분 및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 지회장은 "매출 하락 및 올해 기대작 테르비스의 개발 중단 등 지금은 진짜 위기"라며 "노동조합을 탄압했던 지난 과거에 대해 사과하고 '대화의 파트너로서 함께 회사가 직면한 위기를 상생의 길로 풀어가는 것'이 경영진이 시작해야 할 유일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서승욱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장(왼쪽)이 10일 오후 판교 유스페이스 광장 카카오 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투쟁 기금을 받고 있다. /사진=양진원 기자
이동교 화섬식품노조 NHN지회장도 카카오 노조와 연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지회장은 "작년 11월 이후 여전히 5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하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는 전환배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믿어달라는 말뿐"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것이 기업을 넘어선 노동자들의 연대가 중요한 이유"라며 "더 이상 말로만 하는 약속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 노조의 투쟁이 하나의 기업을 넘어 판교 노동자 전체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스페이스 광장 결의대회에 나선 신환섭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이날 "작년 네오플 파업 투쟁을 이곳에서 진행했는데 당시에 판교는 투쟁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며 "노동의 모순 문제가 판교에 잠재돼 있기 때문에 그것이 분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AI 생태계를 이루는 데 판교에서 근무한 노동자의 덕이 컸음에도 임금 인상을 이기적인 요구로만 치부한다고 성토했다. 신 위원장은 "우리가 우리의 이익만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회사는 모든 것을 자기들의 공이라고 얘기한다"고 비판했다. "지금 카카오 안에는 대한민국 노동의 모든 모순이 다 존재한다"며 카카오 경영진들이 자신들의 잇속만 챙겼다고 했다.

끝으로 신 위원장은 "카카오의 문제는 곧 판교의 문제"라면서 "다 같이 힘을 모아 조금씩 난관을 헤쳐나가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