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7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미국·이란 종전 가능성으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론에는 힘이 실릴 전망이다. 유가 충격이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데다, 원/달러 환율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한은이 이미 금리 인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가운데 이번주 케빈 워시 신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한은의 인상 명분과 속도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8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관건은 동결 여부보다 성명서 문구, 점도표와 수정 경제전망, 워시 의장의 첫 기자회견이다. 새 연준 수장이 취임 후 첫 회의에서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대해 어떤 진단을 내놓고 향후 포워드 가이던스를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글로벌 금리와 환율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

당초 시장은 워시 의장의 첫 FOMC에서 매파적 신호가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이란 종전 가능성은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기대가 커지면서 유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 연준이 물가 불안을 이유로 추가 긴축을 시사할 명분은 약해질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6월 점도표 및 수정 경제전망치 등에 나타날 매파 목소리가 큰 힘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케빈 워시 의장 기자회견 내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워시 의장이 제시할 향후 통화정책 방향은 물론 연준 내 갈등 리스크가 표면화될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50~3.75%, 한국 기준금리는 2.50%로 상단 기준 한미 금리차는 1.25%포인트에 달한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76주년 기념식에서 "성장, 물가, 금융안정 상황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금리 인상 필요성을 비교적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부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다음 금통위 회의는 오는 7월16일 예정돼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국 기준금리는 2.75%가 되고, 미국 상단과의 금리차는 1.2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줄어든다. 이는 원화 약세 압력을 낮추고 환율 안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은 국내 경기에는 부담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채와 대출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부동산 시장과 소비, 투자에도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란 종전으로 유가 부담이 일부 낮아지더라도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내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6월 FOMC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연준 내부의 의견 차와 워시 의장의 첫 기자회견에 주목하고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 유가, 인플레이션 등 현실적인 여건들을 반영해 6월 FOMC는 성명서 문구, 점도표 및 경제전망 수치 등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전 관련 MOU 합의가 임박했지만 이미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물론, 높아진 유가 레벨이 제자리로 돌아와 종전 이전의 공급 측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되돌아갈 때까지 걸리는 시차 등을 고려하면 통화정책 제반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케빈 워시의 첫 기자회견"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대한 진단뿐 아니라 워시 의장이 데뷔전에서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지도 관전 포인트라는 설명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과의 종전 합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연준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 약화가 예상된다"며 "이달 FOMC는 금리인상 시사 대신 연내 금리인하 차단 및 상당기간 동결을 제시하는 이벤트로 전망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연준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나 아직은 금리인상 시사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시각이 우세할 공산이 크다"면서 "향후 물가 리스크 증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겠으나, 향후 실업률 전망 리스크에 대한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