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2030은 갈등과 분열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③ 2030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가능할까?
그해 7월 캐나다의 한 시민단체가 발간하는 애드버스터스(Adbusters)라는 잡지에선 이 시위를 조명했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제목과 함께…. 시위대의 구호와 활동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미국을 넘어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마드리드, 중국 홍콩을 포함해 82개국, 900여 개 도시에서 같은 구호가 울려 퍼졌다.
주도 세력이 없었기에 이 시위는 73일 만에 막을 내렸다. 시위의 성과가 무엇이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는 냉소적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위에 참여한 대중들 사이에 공유된 분노와 기득권에 대한 저항, 그리고 연대 의식은 사그라들지 않고 정치적 지형을 뒤흔들었다.
201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가 당시 후보로 선출된 힐러리 클린턴을 위협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킨 이유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월가 점령 시위'를 그 배경으로 지목했다. 올해 1월에는 뉴욕 시장에 최초의 무슬림이자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가 취임했다. 맘다니는 대표적 '샌더스 키즈'로 꼽힌다.
주최 측 없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대한 '무정형 시위'라는 점에서 2011년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와 2026년 대한민국의 '참정권 시위'는 닮았다. 그렇다면 '참정권 시위' 역시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정치적 돌풍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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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네트워크 연대'로 정치 효능감 키우나━
대한민국은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함성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냈고, 두 차례나 대통령을 탄핵하기도 했다. 그만큼 '광장 정치'의 힘을 여러 차례 목격했지만 '참정권 시위'는 과거 시위와 확연히 구분된다. 무엇보다 주최 측이 없는 '1인 시위의 집합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청년들이 한 공간에 모여 공통의 요구사항을 외칠 뿐이다.'동행미디어 시대' 취재진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에서 만난 2030세대는 예외 없이 SNS를 보고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시위 초반에는 SNS를 통해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봉쇄한 시위대를 해산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고 참여한 경우가 많았다. 이후 친구가 공유한 릴스나 유튜브 숏츠를 보고 왔다는 청년들이 대다수였다.
자발적 참여가 시위의 유일한 동력이다 보니 형식도, 내용도 정해진 게 없다. 그래서 '무정형 시위'다. 다양한 문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고, 즉석에서 청소년 과외를 진행하는 등 재능기부가 일어난다. 알파카를 데리고 온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몰고 와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는 참가자도 있다. 지극히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2030세대가 네트워크를 통해 자발적으로 연대했다는 점에서 '개인주의 네트워크 연대'라는 형용모순적 시위가 만들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이번 시위를 통해 '정치적 효능감(Political Efficacy)'을 경험하게 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2030세대가 정치적 무력감에서 벗어나 '내가 사회 변화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나 만족감을 느낄 때 앞으로 다양한 정치 사회적 이슈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연 국제사이버대학교 아동가족상담학과 겸임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지금까지 2030세대는 내 목소리가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정치적 무력감에 갇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위를 통해 '우리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심리적 효능감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세상의 변화는 개인의 인식 틀인 '프레임'과 사회적 구조인 '패러다임'이 동시에 전환될 때 일어납니다. 이번 시위가 무력감에 갇혀 있던 개인의 프레임을 깨뜨리고, 나아가 사회적 패러다임까지 바꾸는 중대한 분기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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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시위 행태… 리더십 부재는 극복 과제━
16일 '참정권 시위'가 2주째 이어지고 있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는 경찰이 내부 진입을 시도하면서 시위대와 충돌했다. 전날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체육단체들의 막대한 업무 차질을 호소하며 경찰에 공권력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나의 권리를 찾겠다면서 남의 권리를 방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시위 초반 정치와 확연히 거리를 뒀던 시위 현장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지난 주말 시위에선 성조기에 이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등장해 외형적으로 우파들의 '태극기 집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또 '재선거 요구'는 '부정선거' '윤어게인' '멸공' 등의 구호와 합쳐서 정치적 색채가 짙어졌다.
시위 현장의 경비를 맡고 있는 경찰을 '공안'으로 몰아 신분증을 요구하는가 하면, 일부 참가자들을 특정 진보 단체 소속 아니냐며 위협하는 일까지 심심찮게 벌어지면서 시위의 확장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주최 없는 시위'의 한계로 지목된다. 시위 주최가 없다 보니 시위 현장의 통제력을 발휘할 주최도 없다. 하지만 수많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자원봉사에 나서고, 시위대 한쪽에서 여전히 자정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 지난 14일 오후 시위 현장에선 국민의힘 소속 대구 지역 구의원들이 '민주주의가 죽었다'며 분향소를 설치하려 하자 일부 참가자들이 "정당은 나가라"고 외치면서 철수시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시위를 만들어낸 동력과 이후 진행된 시위 행태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동행미디어 시대'의 인턴기자 간담회에서 송은서씨(24)는 "주최 측이 없기에 많은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아무런 강요도 간섭도 없이 다수가 모였다는 건 그 의제에 대한 공감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여서 주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강한 힘이 될 수 있다"며 "이번에 응집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통된 의제가 생기면 언제든 효과적으로 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나진경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자신들을 일반화하는 것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해 개개인의 특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참정권 시위를 계기로) 다수가 정치적 효능감을 경험한다면 향후 사회 운동에 적극 참여할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2030세대지만, 최초의 무정형 시위인 '참정권 시위'를 만들어낸 것은 연결된 개인들이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개인주의 네트워크 연대'가 이번 시위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그렇다면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그들은 기성세대가 만든 갈등과 분열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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