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올림픽공원을 찾아 시위대를 격려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는 국정조사 계획안에 합의했다./사진=뉴스1
6·3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에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을 보여줬다. 특히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강성 지지층에 기대는 정치를 넘어 새로운 보수의 길을 모색하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윤 어게인' 논란과 거리를 두고 중도 확장과 실용 노선을 내세운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은 그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런 점에서 연일 전국 재선거를 주장하는 장동혁 대표의 행보는 민심의 흐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하고 선거 관리의 신뢰를 흔든 중대한 사건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반드시 해야 할 과제다. 여야가 45일간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하고 국민의힘이 특위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치적 공방보다 사실 규명과 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할 이유다.

그러나 선관위의 관리 부실과 전국 단위 재선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정 투표소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판단을 구하면 된다. 공직선거법 역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선거 무효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선관위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과 선거 결과 자체를 뒤집는 일은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장 대표가 당내 충분한 공감대도 없이 재선거 주장을 사실상 당론처럼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서울 등 6개 지역에 대해 재선거를 요구하는 선거소청 제기를 의결했지만 당내에선 신중론이 적지 않다. 의원총회 소집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긴급 최고위 결정만으로 중대한 정치적 방향을 정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더욱이 전국 재선거론은 당내 총의를 거쳐 확립된 당론으로 보기 어려운데도 장 대표는 "소청은 시작일 뿐"이라며 이를 당의 공식 목표인 양 내세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선관위 개혁이라는 중대한 과제가 특정 당의 당권과 지도체제 논란과 맞물려 자칫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장 대표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전국 재선거론을 앞세워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고 당내 리더십 논란을 돌파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관위 개혁이라는 본질은 뒷전이고 잠실 개표소에 모여 참정권 시위를 벌이는 2030의 목소리를 정치적 방패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소모적인 재선거 공방이 아니다. 국정조사를 통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선거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는 일이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선거 관리 체계와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같은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 대표 역시 이제라도 '재선거 정치'보다 선관위 개혁과 당 쇄신이라는 본질적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요구한 변화에 조금이라도 응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