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지난 1월8일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를 찾은 모습. /사진=한화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9.04%까지 확대하며 수출입은행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글로벌 우주·항공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대형화·통합화를 통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6일 공시를 통해 KAI 지분을 6.50%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화 측의 KAI 보유 지분율은 7.22%에서 9.04%로 상승했고 보유 주식 수는 기존 703만4235주에서 880만8943주로 늘었다.

계열사별 지분 현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50%, 한화시스템 1.53%,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지분을 9.97%까지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이 경우 한화그룹의 KAI 지분은 12%를 넘어서게 된다.

앞서 한화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공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화는 "KAI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는 경우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회사 및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관련 사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화는 KAI 지분 확대 주요 목적으로 대한민국 안보 증진과 우주·항공 분야 해외 수출 경쟁력 강화 및 생태계 구축을 꼽았다. /사진=KAI
한화는 KAI 지분 확대 주요 목적으로 대한민국 안보 증진과 우주·항공 분야 수출 경쟁력 강화 및 생태계 구축을 꼽았다.
현재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글로벌 우주산업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국내 우주·항공 시장은 규모가 제한적이고 복수의 기업들이 중복 투자를 하고 있어 개발과 운영의 경쟁력이 제한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화와 KAI가 보유한 기술과 역량이 결합할 경우 국가 차원의 우주·항공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는 30년 이상 항공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위성, 우주 발사체, 지상방산 등의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사업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이면서 위성개발 및 공중전투체계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우주산업 선진국들은 일찍이 주요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와 대형화·통합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민간 자본도 부족하고 정부 지원 규모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화는 항공기 사업에서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중동을 비롯한 해외 고객들은 기체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엔진·항전장비·무장체계를 포함한 통합 패키지와 핵심 기술 이전, 공동개발 조건 등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기체 성능보다 원가·납기·기술·후속 지원 등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과 통합 대응 역량이 수출 경쟁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는 KAI와의 협력을 통해 공동 의사결정과 전략 수립은 물론 수출을 위한 통합 마케팅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엔진 분야에서도 양사의 협력을 통해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수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창원, KAI는 사천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경남지역 대표 우주·항공·방산 기업으로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KAI 노조가 한화의 경영 개입에 반발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KAI 노조는 지난 5월 한화의 지분 확보 및 경영 참여 의지 표명에 대해 "명백한 경영 개입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노조는 "한화의 경영 참여 시도를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며 "지분 확대를 통한 인수 시도가 현실화할 경우에도 KAI의 독립성과 산업 기반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