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2030의 '참정권 시위'는 사회적 변화의 신호탄인가?
② 2030은 갈등과 분열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③ 2030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가능할까?
2025년 10월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 경영자(CEO) 서밋에서 정상 특별연설을 하고 있는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우리는 칠레 공화정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정치적 세대교체를 목격하고 있다."
2021년 12월, 35세 가브리엘 보리치 후보가 칠레 대통령에 당선되자 현지 언론 '사이퍼 칠레'(CIPER Chile)는 이같이 평가했다.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 보리치는 2011년 교육 불평등 해소와 무상교육 확대를 요구하는 학생 시위를 이끈 칠레대 학생회장 출신이다.

광장에 나온 청년들의 분노가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를 통해 칠레의 정치적 세대교체를 이뤄낸 것이다. 보리치는 기존 중도좌파 연합 대신 신생 좌파연합 광역전선(Frente Amplio)에 참여하고 사회수렴당(Convergencia Social)을 창당하는 등 기성 정당과는 차별화된 노선을 걸었다.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에 따른 '참정권 침해' 사태를 계기로 잠실 올림픽공원에 모인 청년들을 비롯한 2030세대가 칠레처럼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칠레 청년들은 교육시장 민영화에 따른 막대한 등록금 부담 때문에 청년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점에 분노해 전국 대학생 연합 중심으로 시위를 조직하고 정치 세력화를 추구했다.

칠레 청년들과 같은 정치 세력화를 위해선 구심점을 중심으로 한 조직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잠실 시위대 청년들이 정치 세력이 되려면 구심점이 있고, 조직화돼야 한다"며 "조직화되지 않은 1000명과 조직화된 10명이 싸우면 10명이 이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는 시민들이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년들이 독자적 정치 세력화를 통해 제도권 정치에 진입하려면 신당 창당이 불가피하다. 2028년 총선에서 비례대표제를 활용해 원내에 진입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거대 양당 구도가 고착된 한국 정치 특성상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국회에 입성할 경우 2030년 대선 과정에서 청년층 표심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정치적 지분을 일부 확보할 수 있다.
해외에서 청년들이 신당을 창당해 원내에 진입한 사례는 적지 않다. 스페인에선 2011년 초긴축 재정에 따른 청년 실업률 급등과 기성 정당 부패에 분노한 청년들이 '인디그나도스' 운동을 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2014년 '포데모스'를 창당해 2016년 총선에서 제3당에 올랐다. 2014년 대만은 국민당의 양안서비스무역협정 기습 처리에 반발한 청년 세력이 '시대역량'을 창당해 2016년 총선에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청년 신당 창당을 위해선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의 정치는 개인이나 지도자의 리더십과 이미지의 영향이 크다"며 "리더가 누구이고, 개인이 가진 배경이나 이력이 무엇인지에 따라 국민들의 지지가 결정된다. 정치 제도권으로 들어오기 위해서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공정성을 중시하는 2030세대의 특성상 지도자 선출과 비례대표 후보 등의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을 줄이기 위해선 토론과 경쟁 등 공정한 선발 시스템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3월 18일(현지시각) 중국과 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약 200명의 학생들은 의회를 점령했다./사진=로이터
2030세대가 정치 세력화에 성공하려면 재선거 요구를 넘어서는 거대 담론과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리치 전 대통령은 대학 등록금 시스템 변화를 넘어 국가 시스템 개혁과 사회 불평등 해소, 기후변화 대응·연금 개혁·보건의료 확대 등을 전면에 내걸었다. 반면 스페인 포데모스는 제3당으로 안착해 연립정부까지 참여했으나 기성 정치 비판 외에 정책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세력이 위축됐다. 대만 시대역량 역시 민진당과의 차별화나 청년층 공략을 위한 의제 설정에 실패하면서 2024년 총선에서 원외 정당으로 전락했다.
허 교수는 "잠실 2030 시위대는 정치적인 경험이나 학습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이번 잠실 시위 등을 계기로 2030세대가 정치 과정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의 개념은 물리적 시간인 '크라노스'와 전환점의 계기가 되는 시간인 '카이로스'가 있는데 이번 사태가 2030세대에겐 카이로스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