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민주당이 퍼뜨린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지만, J D 벤스 부통령은 다른 인터뷰에서 "이란이 (합의) 의무를 이행할 경우에만 기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재건기금을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폐기와 합의 이행을 유도하는 당근책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의 합의 이행 정도에 따라 석유 금수 등 제재 완화와 투자 허용을 단계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부담을 누가 질 것이냐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를 비판하며 현금성 보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이란은 종전 협상 과정에서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금 지급을 요구해 왔다. 만약 미국이 자신들은 직접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채 동맹국 기업과 민간 자본을 동원해 재건기금을 조성하려 한다면 적지 않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동맹과 상의도 없이 전쟁을 일으켜놓고 이제와서 그 뒷수습 부담을 동맹에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 재건기금이 필요하다면 우선 이란에 대한 석유 수출 통제를 완화하거나 동결된 이란 자금을 풀어주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수순일 것이다. 그동안 이란 정부는 전 세계에 동결된 자국 자산이 1000억달러에 이른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여기엔 한국에 묶여 있다가 2023년 카타르 중앙은행으로 이전됐던 이란의 석유 판매 대금 60억달러도 포함된다.
또다른 문제는 기금 조성 방식이나 실체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3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임에도 성격이나 용도, 관리·배분 주체와 방식 등에 대한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우리로서는 서둘러 판단할 이유가 없다. 오는 19일 예정된 종전 양해각서 서명 이후 진행될 후속 협상을 지켜보며 최종 합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 기업의 참여 여부도 중동 정세와 경제성 위험성 등을 따져 주체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재건기금 참여 문제를 관세나 무역 협상과 연계해 동맹국을 압박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 그런 식의 비상식적 '동맹 팔 비틀기'에는 일본과 유럽 등 다른 동맹국들과 공조해 원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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