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은정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장(앞줄 오른쪽)이 4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 후보 추천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뉴스1



다음달 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후보군이 확정됐다. .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김문관 부산지방법원장,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김정중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대법원장이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 국회 동의를 거쳐 인선 절차가 마무리된다.


새 대법관 선정이 시작됐지만 사법부 안팎의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자리가 반년 가까이 공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후보추천위가 현직 판사 4명을 추천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아직 누구도 제청하지 않았다. 먼저 생긴 공석조차 메우지 못한 채 다음 인선에 들어간 것은 정상적인 사법 운영이라고 보기 어렵다.

최고법원의 공백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대법관이 부족하면 전원합의체 운영과 상고심 사건 처리에 부담을 준다. 노경필 대법관마저 최근 법원행정처장으로 옮겨 재판 업무에서 빠지면서 그가 맡았던 사건부터 차질이 우려된다. 이흥구 대법관 퇴임 전까지 후임을 정하지 못하면 재판 지연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사태의 본질은 헌법이 부여한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데 있다. 양측이 후임 인선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돌릴 문제는 아니다. 대법원장은 왜 제청을 미루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대통령 역시 임명권을 둘러싼 갈등이 사법부의 독립성과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제청권과 임명권은 상대를 압박하거나 힘겨루기를 위한 권한이 아니라, 상호 견제를 통해 가장 적합한 대법관을 임명하라는 헌법적 장치다.

일각에서는 노태악·이흥구 대법관 후임을 함께 제청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조 대법원장도 이날 후보추천위와의 면담에서 "앞으로 합쳐서 다 열심히 잘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그 과정이 정치적 안배나 이해관계 절충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대법관 인선은 어느 한쪽의 몫을 나누는 협상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헌법 절차다. 전문성과 독립성은 물론 다양한 경험과 균형 있는 구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


대법관 인선은 권력기관 사이의 협상 대상도, 정치적 셈법의 결과물도 될 수 없다. 최고법원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사법부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의 책무다. 제청과 임명 절차가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의 권위를 지키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