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이 치솟으면서 소비 촉진 및 수급 안정의 역할을 담당하는 자조금으로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지난해 전체 예산의 55.5%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한 시민이 계란을 고르고 있다./사진=뉴스1
최근 계란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의 저조한 예산 집행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만 집행된 데다 수급 안정 관련 예산도 상당 부분 쓰이지 않은 채 이월되면서 사업 실효성과 예산 운용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계란 산업의 소비 촉진과 수급 안정을 위해 조성된 계란자조금이 본연의 역할을 다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특란 30구의 평균 소비자가격은 7383원이다. 지난달 1일 이후 7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14일 7630원까지 올랐다. 지난달 계란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2% 상승했다.

정부는 수입을 통해 공급 확대에 나섰다. 지난 1일 미국산과 태국산 등 899만개를 수입했으며 추가 물량을 더해 올해 총 3123만개를 공급할 계획이다. 수입 신선란은 이마트·롯데마트·GS리테일 등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유통업체에 공급하고 유통업체들은 이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보다 많은 소비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구매 수량은 1인당 1~2판으로 제한된다.


이번 계란값 상승의 직접 원인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인한 공급 감소다. 지난해 겨울 이후 AI 확산으로 산란계 1121만6000마리가 살처분됐다. 1분기 기준 6개월 이상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5612만7000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5.5% 줄었다.

계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계란자조금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자조금은 농가가 자발적으로 납부한 거출금을 재원으로 소비 촉진, 수급 안정, 교육·홍보, 조사·연구 사업 등에 활용된다. 계란 산업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공동 기금이다.

지난 3월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가 공시한 2025년 결산에 따르면 전체 예산 40억원의 55.5%인 22억1833만원이 집행됐다. 소비 홍보 사업이 집행률 92.6%로 가장 높았고 운영비 81.4%, 기타비용 65.1%, 조사연구 61.4% 교육 및 정보제공 55.3% 순이었다.


생산 기반 유지·농가 방역물품 지원 등에 쓰이는 수급 안정 예산의 집행률은 41.7%로 예비비를 제외한 모든 항목 중 가장 낮았다. 이번 계란값 급등의 원인으로 AI에 따른 공급 감소가 지목됐지만 지난해 관련 예산의 절반 이상이 집행되지 않은 셈이다.

미집행 예산은 이월금으로 누적됐다. 올해 예산 50억원 가운데 약 40%는 전년도 이월금으로 구성됐다. 실제 사업에 쓰이지 못한 예산이 해마다 쌓이면서 자조금이 정작 필요한 시기에 쓰이지 못한 채 '쌓아두는 돈'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란값 급등으로 정부가 수입란 확대에 나설 정도인데 자조금 예산 상당액이 쓰이지 못한 채 이월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왜 걷느냐'는 지적이 나오지 않으려면 농가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사업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계란자조금의 저조한 예산집행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3년간 집행률은 2023년 37.6%, 2024년 43.9%, 2025년 55.5%를 기록했다. 소비 촉진과 수급 조절을 목적으로 조성된 자조금이 상당 부분 집행되지 못하면서 예산 편성의 적정성과 사업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계란자조금 측은 위기 대비를 위한 예비비 성격이 반영된 예산 집행이라는 입장이다. 계란자조금 관계자는 "AI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해 예비비를 축적해두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