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7월1일 코스닥은 장외 주식 중개 전담하는 회사로 본격 출범했다. 출범 당시 한국증권업협회와 33개 증권사의 공동 출자로 설립됐던 코스닥 증권은 자동 매매체결 시스템을 도입해 코스피에 상장되지 않은 장외 기업들의 주식 거래를 지원했다.
당시 업계 자료를 종합하면 1996년 기준 340개가량이었던 코스닥 시장 상장사는 2026년 6월30일 1800여개로 늘어났다. 시가총액 역시 상장 초기에는 7조3000억원 규모였지만 500조원가량으로 70배 넘게 증가했다. 거래대금 역시 10억원 수준에서 7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30년 동안 상장사 규모와 거래대금, 시가총액은 크게 불어났지만 지수는 지지부진하다. 코스닥은 닷컴버블 시기였던 2000년 3월10일 장중 기록했던 292.55(현재 환산 기준 2925.50)를 20년 넘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의 닷컴버블 이후 긴 시간 침체를 겪던 코스닥은 2010년대 중후반에는 바이오와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그렸다. 하지만 이후 우량 기업의 코스피 이전 상장과 시장 자체의 체질 문제 탓에 지수는 좀처럼 1000선을 뚫지 못했다.
2025년부터는 정부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됐지만 여전히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2026년 코스닥 지수는 코스피는 물론 전년보다도 못한 성과를 내며 사실상 제자리걸음 했다.
1일 열린 코스닥 3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지수가 최근 1년간 34% 성장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2026년 연초 이후로 놓고 보면 지난 6월30일까지 반년간 코스닥의 등락률은 -3.10%에 그쳤다. 지난 1월2일 945.57에 장을 마친 코스닥은 6월30일에는 916.18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 종가는 1.44% 상승한 929.35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1월2일 종가 대비 낮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은 출범 30주년을 맞아 상장 기업 수가 늘었고 시가총액은 커졌지만 정작 시장 신뢰는 외형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며 "급등과 급락, 테마와 실적의 괴리,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의 혼재가 코스닥의 할인율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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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 신뢰도 문제·코스피 대형주의 수급 흡수에 침체된 코스닥…정책·투자 모멘텀에도 결국 중요한 건 '실적'━
지수가 밀리자 거래대금도 주춤했다. 1000선을 돌파했던 1월26일 25조3350억원,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4월27일에는 17조6003억원에 달했지만 지난 6월24일에는 7조489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투자자들의 관심에서도 코스닥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4309.63에서 8476.48까지 96.68% 상승했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각각 200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며 수급을 쓸어 담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닥이 고질적인 신뢰성 문제에 더해 코스피 반도체 종목으로의 쏠림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6월 말 코스닥의 연중 고점 대비 하락률은 31%에 달할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극도로 냉각됐다"며 "최근 코스닥 부진은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던 2020년이나 이차전지 테마가 소멸했던 2023년과 같은 대형 충격과 달리 코스피로의 수급 이탈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의 반등 계기로는 정책 모멘텀이 꼽힌다. 이날부터 오는 3일까지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3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제도 개선을 위한 콘퍼런스와 IR(기업설명 활동) 행사를 잇따라 개최한다. 제도 개선안 발표에 이어 코스닥 우량 기업들의 IR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전망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기념행사에서 "시장 전체의 디스카운트를 유발하고 불공정 거래의 표적이 돼 온 부실기업을 조속히 퇴출하고 그 자리를 혁신적 기술 기업으로 메우겠다"며 "승강형 세그먼트 등 시장 구조를 개편해 코스닥 시장의 역동성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대규모 국내 투자를 집행하기로 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지난 6월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35년을 목표로 하는 약 2000조원 규모의 반도체 및 AI 분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국내 투자를 통해 코스닥 소부장 기업에 수혜가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은 결국 단기 변수일 뿐 결국 코스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실적에 달려있다고 봤다. 김두언 연구원은 "앞으로의 시장은 테마만으로 움직이지 않고 정책 자금과 실적 개선, 그리고 AI 병목이 만나는 기업이 먼저 재평가될 것으로 본다"며 "코스닥의 다음 30년은 더 많은 종목이 아닌 더 좋은 기업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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