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건설 노조원 3만3000명은 전국 주요 사업장에서 공장 건설과 정비 작업을 맡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하면 석유화학과 제철소 등의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로자 보호를 위해 도입한 노란봉투법이 자칫 국가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흔드는 상황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노조가 내세우는 파업의 핵심 명분은 '안전'이다. 낡은 설비가 방치되고 최저가 낙찰 관행으로 공사비가 낮아지면서 사고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청 업체들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는데도 대기업들이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파업을 예고했다. 반면 기업들은 사용자성을 인정한 이유를 놓고 추후 소송 다툼으로 갈 수도 있는 만큼 당장 교섭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 기업은 산업안전 문제에 대해 사용자성이 인정됐는데, 노조가 수당 같은 문제까지 교섭 의제를 넓히고 있다고 반발한다.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촉발된 파업 움직임은 다른 기업으로 확산하면서 올여름 더욱 거세진 하투(夏鬪)를 부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오는 15일 총파업의 핵심 요구로 원·하청 교섭 확대를 내걸었다. 현대제철 하청 노조도 최근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원청과의 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하청 업체들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는 것은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의 급식·통근버스 하청업체인 웰리브는 선박 제조와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사용자성이 인정됐고,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결국 문제는 노란봉투법이 규정한 '실질적 지배력'의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데 있다. 기업들은 법적 불확실성을 호소하고, 노조는 그 틈에서 교섭 범위를 확대하려 한다. 노란봉투법의 근본 취지는 근로자 보호다. 그러나 사용자 범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법적 다툼과 노사 갈등을 키우면서 애초 원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다. 사용자 범위를 명확히 하면서, 아울러 어떤 의제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산업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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