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여야 갈등의 핵심은 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다. 파행으로 점철된 22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민의힘은 끝까지 법사위원장직 양보를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단독 원구성을 불사하며 국회 파행을 감수하는 길을 택했다.
이 같은 갈등의 근저에는 법사위가 쥐고 있는 막강한 권한, 즉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최종 검수하는 '체계·자구 심사권'이 있다. 법사위는 이 권한을 무기로 법안의 형식뿐 아니라 실질적 내용까지 좌우하며, 합의된 법안을 장기간 묶어두거나 사실상 폐기하는 등 '상원(上院)'처럼 군림해 왔다.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가 치열한 토론을 거쳐 합의한 민생 법안조차 법사위원장의 성향이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을 경우 체계·자구 심사권을 악용해 입법 절차를 훼방놓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장과 함께 법사위원장까지 여당이 차지하면 입법 독주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고 맞선다. 특히 이번에는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특검' 문제까지 걸려 있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을 경우 해당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거나 막을 수 있어 민주당도 쉽게 양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사위원장 쟁탈전으로 반복되는 국회 파행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여야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법을 개정해 법무부·법원·헌법재판소를 소관으로 하는 고유의 사법 업무는 사법위원회가 맡고, 다른 상임위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는 별도의 기구가 담당하도록 해 완성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체계·자구 심사 기구는 국회의장 산하 법제위원회 형태로 둘 수도 있고, 별도의 법제위를 신설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법사위를 법제위와 사법위로 나눈 뒤 여야가 법제위원장과 사법위원장을 1년씩 돌아가며 맡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각각 법사위 개편 방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양당 모두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손질할 필요성에 공감했던 만큼 절충점을 찾지 못할 이유도 없다. 소모적인 법사위원장 쟁탈전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