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뷰티 플랫폼들의 자체브랜드(PB)가 상품을 넘어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 PB 전용 '올리브영관' /사진=CJ올리브영
패션·뷰티 플랫폼들이 더 이상 남의 브랜드만 판매하지 않는다. 자체 브랜드(PB)를 직접 기획하고 육성하며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키우고 있다. 과거 PB가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유통 전략이었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사업과 고객 경험, 데이터 경쟁력을 담아내는 플랫폼의 성장 동력으로 진화하고 있다. CJ올리브영과 무신사, 에이블리는 각자의 강점을 PB에 녹여내며 차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플랫폼들은 PB를 통해 부족했던 영역을 보완하고 있다. 단순히 외부 브랜드를 유통하는 역할을 넘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직접 기획하고 브랜드를 육성하는 방식이다. 플랫폼마다 활용 전략은 다르지만 PB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 사례가 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PB를 글로벌 사업 확대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힐보, 웨이크메이크, 브링그린, 컬러그램 등 핵심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선보이며 글로벌 소비자의 반응을 사업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는 최근 5년간 PB 매출이 연평균 약 60%, 미국 시장은 같은 기간 약 160% 성장했다. 해외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와 트렌드를 축적해 브랜드 육성에 활용하는 구조다.


해외 시장에서 검증한 브랜드를 다시 플랫폼 경쟁력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기존 PB와 결이 다르다. PB는 단순한 자체 상품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를 시험하고 고도화하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리브영이 PB를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다솜 기자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PB를 고객 경험을 완성하는 수단으로 키우고 있다. 2017년 선보인 '무신사 스탠다드'는 플랫폼 내에서 기본 아이템을 찾기 어렵다는 고객 수요를 반영해 출발했다. 입점 브랜드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베이식 상품을 제공하며 소비자가 플랫폼 안에서 스타일링을 완성하도록 설계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스탠다드는 현재 무신사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4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최근에는 뷰티와 홈 카테고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축적된 상품 기획 역량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PB가 단순 상품을 넘어 소비 경험 자체를 설계하는 역할로 확장된 셈이다.

에이블리는 플랫폼에 축적한 고객 데이터를 PB 경쟁력으로 연결하고 있다. 올해 선보인 첫 뷰티 PB '바이블리(BYBLY)'는 하루 평균 4억건에 달하는 고객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획됐다. 최근 2주(6월15~28일) 뷰티 PB 거래액은 직전 동기 대비 133% 증가했으며 10대부터 40대 이상까지 전 연령층에서 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데이터는 PB 상품 기획 방식을 바꾸고 있다. 플랫폼에 축적된 고객 취향과 소비 패턴을 실시간으로 상품 개발에 반영하면서 PB가 소비자 수요를 제품으로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블리는 향후 패션과 뷰티를 연결하는 PB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에이블리의 첫 뷰티 PB '바이블리'(BYBLY) 대표 제품 '쿠션 리필샷'. 플랫폼 데이터를 상품 기획에 반영한 사례다. /사진=에이블리
이들 플랫폼이 PB에 담아내는 경쟁력은 서로 다르다. 올리브영은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무신사는 고객 경험 완성의 수단으로, 에이블리는 고객 데이터를 상품화하는 창구로 PB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방향성은 같다. PB를 통해 플랫폼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핵심 자산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PB가 플랫폼 성장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자체 상품이 아니라 플랫폼의 방향성과 차별화를 보여주는 브랜드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브랜드를 육성하는 역량이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는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PB는 저가 상품을 중심으로 내셔널 브랜드와 경쟁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드는 '스마트 PB'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이 축적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브랜드를 키우는 역량이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