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불필요한 정쟁에 휘말리지 않고 민생 법안만큼은 신속히 처리되도록 패스트트랙 절차를 손보고 엉터리 필리버스터도 막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에도 한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 제도를 손보겠다며 "22대 국회 후반기에는 무책임한 정쟁과 태업이 조금도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는 소수당의 다수당 견제 장치로 활용되는 제도다. 국회법 제106조의2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면 무제한 토론이 시작된다.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보다 충분한 토론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지만, 현실적으로는 소수당이 다수당의 법안 처리를 저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필리버스터 시작 이후 24시간이 지나고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종결된다.
패스트트랙은 다수당에 유리한 제도다. 국회법 제85조의2에 규정된 제도로, 법안 처리가 장기간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어 소수당이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처리를 막더라도 다수당이 이를 우회할 수 있다. 다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더라도 현행 제도상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60일 등 최대 330일의 심사 기간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유지 요건을 강화하고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최소 24시간 동안 토론이 보장되지만 민주당은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이 필리버스터 기간 내 본회의장에 있어야 토론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민주당은 주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 제도의 경우 심사 기간을 현행 330일보다 짧게 하는 방안이 여당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결국 소수 야당은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국회를 끌고 나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민수 최고위원은 "야당의 토론권과 견제권마저 빼앗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대놓고 의회 독재를 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원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대치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까지 추진하면서 양당 간 전선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우선 선출했다. 민주당은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는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뒀지만,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받지 않고 국회 상임위 운영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주의는 원래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상대를 설득하고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라며 "필리버스터도 못하게 하고 패스트트랙도 손본다는 것은 일반적인 민주주의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데 이를 더 빠르게 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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