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통항 선박에 대한 통행료 부과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10일 울산항에 입항한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 /사진=울산항만공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에 화물가치의 20%를 통행료로 부과하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해운업계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통행료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중동 항로를 운항하는 국적선사들의 운항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국제유가 상승과 전쟁보험료 인상까지 겹치며 국내 수출입 물류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이제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알려질 것이며 공정성 차원에서 모든 화물 운송에 대해 20%의 비용을 보상받을 것"이라며 호르무즈해협 통항 선박에 대한 통행료 부과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그동안 무상으로 해협을 지켰지만 이제부터는 그 대가를 받을 것"이라며 "엄청난 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그동안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부과 움직임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통행료 부과와 함께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해제했던 대이란 해상 봉쇄를 다시 시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는 통행료 자체보다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연쇄적인 비용 증가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교통로다. 한국 역시 중동산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하며, LNG도 일부 물량이 이 해협을 거친다. 국내 선사들도 원유와 LNG, 석유화학 제품, 일반 화물 등을 운송하기 위해 중동 항로를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통행료가 실제 부과되면 선사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전쟁보험료와 선박보험료가 오르고 위험수당 지급, 보안 강화 비용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선박 연료비 부담도 확대될 전망이다. 호르무즈해협 긴장이 고조되자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83달러를 넘어섰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 이상 급등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선박 연료인 벙커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해운업계의 운항 원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도 이미 중동 리스크를 운임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은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제품운반선(MR) 운임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LNG선 일부는 피격 우려로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보류한 바 있다. 선사들은 위험지역으로 선복을 적극 투입하기보다 상황을 관망하고 있으며 통행료 자체보다 운임과 전쟁보험료, 유류비 상승이 해운업계의 실질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통행료와 유류비, 보험료가 동시에 오를 경우 선사들이 이를 운임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컨테이너선사의 경우 유류할증료(BAF) 조정을 통해 연료비 증가분을 일부 반영할 수 있지만 계약 구조에 따라 비용 전가가 쉽지 않은 장기계약 화물은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벌크선이나 탱커 역시 용선 계약 형태에 따라 비용 부담 주체가 달라질 수 있어 화주와 선사 간 운임 재조정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사 충돌이 확대돼 선박 우회 운항이 불가피해질 경우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으로 우회했던 것처럼 호르무즈해협에서도 항행 차질이 발생하면 운항 거리와 시간이 늘어나고 선복 공급이 감소해 글로벌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통행료 부과 방침이 실제 시행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법적·외교적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국제 해협으로 국제법상 선박의 통항권이 인정되는 수역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통행료를 부과할 경우 국제사회 반발은 물론 해운업계와 주요 교역국의 이견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통행료 자체도 부담이지만 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보험료와 유가가 함께 오르는 상황을 더 우려하고 있다"며 "실제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 해운업계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과 수출입 기업의 물류비 부담도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