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청사와 전남청사. /사진=뉴시스
출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공직사회가 '익명 게시글' 하나로 거세게 들끓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전남청사 익명 게시판에 '경축 우리가 승리함'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삭제됐다. 출처도 진위도 불분명한 조롱 섞인 한 줄이었지만, 그동안 수면 아래 숨어 있던 광주청사와 무안청사 간의 뇌관을 터뜨리기엔 충분했다.
근조조화 늘어선 광주청사…"밀실행정·졸속 개편 전면 백지화하라"
24일 오전 광주 서구 통합특별시 광주청사 로비. 서늘해야 할 행정기관 로비는 고성과 구호로 가득 찼다.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 광주시지부가 개최한 결의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도착한 10여 개의 근조조화가 벽면을 따라 흉흉하게 늘어섰다. 조화에는 '주요 기능 전남으로 가면 서구 상권 죽는다', '광주 공무원 죽이기 중단하라'는 서슬 퍼런 문구가 붙었다.
광주시지부 관계자들은 현 조직개편안을 "사실상의 무안 중심 굴러가기"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인구 대비 행정수요, 산업 규모, 국책사업 비중이 엄연히 다름에도 부서를 기계적으로 쪼개겠다는 발상은 비정상적"이라며 "광주를 전남의 인사 적체 해소용으로 전락시키는 졸속 개편안을 백지화하고 모든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 광주시지부가 24일 광주청사 로비에서 '비선실세 밀실논의 중단 졸속 조직개편 백지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정태관 기자
무안청사의 맞불…"기관 유지 기능 균형 배치는 상생의 최소한 원칙"
광주청사 공무원들의 분노는 전날 간담회에서 더 커졌다. 익명글에 나온 '광주 결원 150명 전남 전보설'에 대해 고광완 안전민생부시장이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면서 유언비어는 사실상 공식화되는 분위기로 내몰렸다.
같은 시각, 무안군 남악 통합특별시 무안청사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전라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과 열린공무원노동조합은 '전라남도 권익사수 3차 결의대회'를 열고 광주 노조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무안청사 측은 인사·예산·기획 등 '기관 유지 핵심 기능'의 균형 배치가 무너지면 무안은 '빈껍데기'로 전락한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기획·예산·인사·조직·감사는 통합특별시의 성공과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라며 "출처 불명의 익명 게시글을 자극적인 전단지로 인용해 공무원 간 갈등과 분열을 선동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노조 측은 익명글 작성자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등 법률적 검토를 거쳐 수사 의뢰까지 검토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과 열린공무원노동조합은 24일 전남청사 로비에서 '전라남도 권익사수 3차 결의대회'를 열고 광주 노조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남도청 노조
'3개 청사 균형' 명분과 현실의 충돌…시험대 오른 민형배 시장 리더십
갈등의 뿌리는 출범 당시 청사 기능 배분 약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민형배 통합특별시장 인수위원회는 무안청사를 '시민주권 중심', 광주청사를 '기관 유지 기능', 동부청사를 '산업·경제 중심'으로 나누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 기능에서 배제된 무안 지역과 서남권 정치권, 상인회가 거세게 반발하자, 특별시는 지난 7월22일 간담회에서 예산 등 기관 유지 기능 상당수를 무안으로 다시 넘기는 '수정안'을 구두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광주청사 결원 150여 석을 무안청사 인력으로 채우는 방안이 부각되며 광주 공직사회의 반발을 부른 것이다.

양 청사 공무원 간 세 대결이 서구 상권과 무안 상권 등 지역 자영업자들의 대립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민형배 시장의 갈등 중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별시와 3개 노조는 오는 29일 제3차 조직개편 간담회를 열어 다시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상생'이라는 명분 아래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기까지는 험난한 고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