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뒤 압수한 자료를 들고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역 선관위를 연이틀 압수수색했다.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단순한 행정 잘못을 넘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훼손한 법 위반 행위다. 게다가 압수수색 대상이 된 서울·경기권 외에 충청권에서도 추가 조작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원들은 선거 당일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전산상 통계 수치를 임의로 수정했다고 한다. 잘못 기재된 인원을 다른 투표소에 분산 입력해 시간이 지나며 수치가 맞춰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합수본에 따르면 이들은 내부 메신저를 통해 상부 보고나 공식 결재 없이 숫자를 맞추자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최종 투표율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까지 내놨다고 한다. 입력 오류는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바로잡는 과정은 정해진 절차를 따르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한심하고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지위를 방패 삼아 온 선관위의 무능과 부실, 일탈과 기만적 행위는 이제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으로 공정성에 상처를 입었고, '소쿠리 투표'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관리 능력에도 의문을 남겼다. 이번에는 시간대별 투표율 통계까지 임의로 수정이 가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내부 통제와 전산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유권자의 판단과 정당의 선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시간 투표율이 자의적으로 수정될 수 있었다면 선거 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합수본은 관리 책임자의 묵인이나 조직적 관행이 있었는지, 다른 선거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곧바로 부정선거 주장으로 확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투표율 통계 수정 의혹이지 후보별 득표수를 조작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근거 없는 음모론은 또 다른 사회적 혼란만 키울 뿐이다. 외부 감시 확대, 감사·보고 체계 강화, 전산 시스템 재설계 등 해체적 수준의 선관위 쇄신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