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증시 변동성의 주범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목됐다.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진입장벽 강화, 레버리지 배수 조정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런데 이 상품만 잡으면 정말 증시 변동성은 잦아들까?


아닐 것 같다. 한국 증시가 단 두 종목에 시장 전체가 휘둘리는 구조가 된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34%대에서 올해 들어 50%를 넘어섰다. 한때 6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두 종목의 주가 변동에 코스피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가 돼 버린 것이다.

이같은 쏠림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더 두드러진다. 미국 증시 대표 반도체 종목인 엔비디아조차 비중은 7%대에 그친다. 브로드컴, 마이크론은 각각 3%, 2%가 채 안 된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여러 대형주가 함께 미국 주요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반도체 대장주 키옥시아홀딩스도 비중은 4%대 정도에 불과하다.


메모리 반도체 한 업종에, 그것도 단 두 종목에 시장이 걸려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는 두 차례 큰 폭으로 흔들렸다. 3월4일에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12.1% 급락했고 6월 23일에는 반도체 업황 우려로 9.99% 빠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라는 두 반도체 대형주의 하락세가 지수 전체의 낙폭으로 이어진 사례다.

이같은 구조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쏠림을 증폭시키는 장치일 뿐, 쏠림 자체를 만들어낸 원인은 아니다. ETF를 상장폐지하거나 규제를 강화해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시장이 묶여 있는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 반도체 업황이 다시 꺾이면 증시는 또 한 번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제의 뿌리는 산업 다각화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를 150조원에서 200조원으로 늘리고 국가전략기술에 장기 자금을 공급할 한국전략기술파트너스(KSTP)까지 새로 만들기로 했다. 돈 주머니는 확실히 커졌다. 그런데 정작 이 돈을 어디에 쏟아부어야 할지, 어떤 산업을 다음 성장동력으로 키울지 그림은 잘 보이지 않는다.

돈은 200조원이나 긁어 모았는데 이 돈을 어떻게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산업으로 육성할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가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면 어디에 투자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건 산업통상부의 몫이다. 반도체 사이클이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그 자리를 대신할 제2, 제3, 제4의 챔피언을 키워내는 일이야말로 산업진흥 당국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그런 전략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반도체 기업이 거둔 초과이익을 어떻게 써야할지를 두고서도 정부 내에서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듯하다. 최근 잇따른 정부 주최 토론회에서 산업통상부는 미래를 위한 투자로 돌려야 한다고 밝혔고, 고용노동부는 공정한 분배가 먼저라고 맞선다. 반도체가 벌어들인 돈을 미래 투자와 분배 중 어디에 먼저 쓸지를 놓고는 목소리가 오가지만, 정작 그 미래 투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을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없는 모습이 아쉽다.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 사이 정작 필요한 산업전략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다. ETF 규제는 변동성을 잠시 누르는 진통제는 될 수 있어도 근본 처방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반도체 이후를 대비한 산업 다각화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