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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정부의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정책을 둘러싼 포퓰리즘 논란에 대해 "특혜가 아니라 금융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앞서 장기 연체채무자에 대한 탕감을 두고 "갚을 수 없는 사람은 빨리 탕감해 경제활동에 복귀시키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이 된다"며 도덕적 해이 비판을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일축했다.
논쟁의 중심엔 도덕적 해이가 있다.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어차피 나중에 탕감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도 반복적인 채무 탕감이 금융 질서를 훼손하고 결국 대출 심사 강화나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채권 가운데 상환 능력이 사실상 없는 취약계층을 엄격히 심사해 채무를 조정하거나 면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새도약기금과 같은 배드뱅크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우려는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그렇지만 정작 따져봐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회생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장기 연체자를 제도권 밖에 계속 방치하는 비용은 결국 누가 부담하는가. 장기 연체자 상당수는 빚을 갚고 싶어도 상환 능력을 잃은 경우가 적지 않다. 급여와 계좌가 압류되면서 취업과 경제활동 자체가 막히는 것이다.
해외 실증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피터 가농(Peter Ganong)과 파스칼 노엘(Pascal Noel)은 채무자의 연체가 자산 규모보다 당장의 현금 유동성에 크게 좌우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많은 연체가 고의적인 채무 회피보다 갑작스러운 유동성 악화와 상환 능력 상실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연체자를 제도권 밖에 오래 방치할수록 사회적 비용은 커진다. 생산과 소비에서 배제된 채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면 복지 비용과 경제적 손실이 결국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이미 충당금을 쌓았거나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이라면 장기간 보유하며 관리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정리하는 편이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채무조정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도 있다. 하버드대 윌 도비(Will Dobbie)와 지에 송(Jae Song)은 채무조정을 받은 이들의 취업과 소득이 증가하는 등 경제활동이 회복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채무조정이 경제활동 복귀를 돕고 사회 전체의 편익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학적으로도 채무조정을 무조건 나쁜 정책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금융회사는 애초에 연체 가능성을 감안해 금리를 책정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만큼, 회수가 어려운 채권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보다 정리하는 편이 오히려 비용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악의적 채무자는 엄격히 가려내야 한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상환 능력을 잃은 사람들까지 장기간 경제활동에서 배제하는 것이 사회 전체에는 더 큰 비용이 될 수도 있다.
관건은 지원 대상을 얼마나 정교하게 선별하느냐다. 소득과 재산을 철저히 심사하고 반복 지원을 차단해야 한다. 은닉재산이 드러날 경우 채무조정을 취소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도 뒷받침돼야 한다. 아울러 성실 상환자를 위한 인센티브와 금융교육, 자립 프로그램을 함께 마련해야 정책의 형평성과 효과를 모두 높일 수 있다.
장기채무 정리는 빚을 없애주는 정책으로만 볼 게 아니다. 다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경제활동으로 복귀시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수단에 가깝다. 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를 촘촘히 마련하는 동시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닿도록 제도를 다듬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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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빈 기자
안녕하세요. 이예빈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