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 편에는 소를 잡는 전설적인 백정인 포정(庖丁)의 얘기가 나온다. 포정의 칼놀림은 신기에 가까웠다. 뼈와 살이 맞닿는 미세한 틈새와 고기의 결을 정확히 파악하고 무리한 힘을 들이지 않고도 깔끔하게 뼈와 살을 분리해 냈다. 반면 어설픈 백정은 결을 무시한 채 억지로 뼈를 내리친다. 사방에 피와 살점이 튀는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칼날은 금세 무뎌진다.


기자들이 매일 업으로 삼는 글도 그렇다.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글은 때로 날선 칼보다 더 깊고 쓰라린 상처를 남긴다.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제도의 맹점을 찌르는 글을 쓸 때 철저히 팩트를 체크하고 펜 끝을 조심하고 또 벼려야 한다. 칼놀림만큼이나 글도 깔끔해야 한다.

하물며 '규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법령에 들어가는 단어 하나, 조사 하나에 많은 기업의 성쇠가 갈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밥줄이 좌우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쥐고 있는 규제의 칼날은 '생산적 금융'을 향해 있다. 부동산 등 자산의 가치가 무한대로 자가 증식하며 거품을 만드는 기형적인 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그 막대한 자금줄의 방향을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기업과 생산적인 곳으로 돌리겠다는 큰 방향성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수십 년간 고착화된 낡은 자금 흐름을 바꾸는 것은 우리 경제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문제는 그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는 과정과 디테일이다. 지금 시장이 느끼는 당국의 규제는 뼈와 살의 결을 살피는 포정의 예리한 칼이 아니라, 굵은 뼈를 뭉툭하게 내려치는 날이 무딘 도끼에 가깝다는 아우성이 시장 안팎에서 터져나온다.


가계부채 억제와 건전성 관리라는 큰 뼈를 자르는 데 집중하느라, 그 안을 촘촘히 흐르는 핏줄이나 살이 잘리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시장은 이미 출렁이고 있다.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을 단숨에 높이자, 당장 자금이 마른 사람들은 2금융권으로 내몰렸다는 통계가 있다. 투기적 임대사업자나 다주택자를 옥죄고자 한 규제가 1주택자나 무주택자에게까지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정처럼 피를 튀기지 않고 완벽한 실력을 발휘하려면, 칼을 쥔 당국이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나쁜 금융 관행을 혁파하고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는 대업은 흔들림 없이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그 거친 물살에 쓸려나가는 이들의 희생은 최소화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이제 출범한지 1년이 채 안 됐다. 65%에 이르는, 취임 후 최고치 지지율이라는 든든한 동력도 있다. 쫓기듯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뭉툭한 도끼를 성급하게 휘두를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낡고 나쁜 금융을 오래 존치시키자는 얘기가 아니다. 규제라는 메스를 들이댈 때,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보다 정교하게 정책을 설계하자는 것이다. 시장의 연착륙은 당국의 엄포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디테일에서 완성된다.

심지어 그 고수인 포정마저도 칼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다. 장자 양생주 편 포정 대목의 마지막에 나온 포정의 얘기다.

"매번 근육과 뼈가 뒤엉켜 있는 곳에 이르면 저는 그 어려움을 알고 바짝 긴장해서 시선은 고정되고 행동은 느려지며 칼의 움직임은 매우 미세해집니다. 소 잡는 일이 끝나면 저는 만족해하며 칼을 닦아 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