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설문 결과 수출기업의 3분의 1은 물류비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었다. 경기 평택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운임이 급등하며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크게 늘었지만 상당수 기업은 증가한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채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가 26일 발표한 '상반기 유가 변동에 따른 수출 물류 애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수출 제조기업 219개사 가운데 83.1%(182개사)가 '운임 상승'을 가장 큰 애로로 꼽았다.

실제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중동 전쟁 이전 대비 2.3배인 3062까지 상승해 지난해 최고치(2240)보다도 약 1.4배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응답 기업의 56.6%(124개사)는 '원자재·부품 조달비용 상승'을 주요 애로로 지목해 물류비와 원가 부담이 동시에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당수 수출기업은 운임과 원가 상승에도 이를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채 비용 증가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78.1%(171개사)는 비용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20% 미만으로 반영한다고 답했으며 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한(전가율 0%) 기업도 32.9%(72개사)에 달했다. 반면 비용 증가분의 80% 이상을 가격에 반영한다고 답한 기업은 5.5%(12개사)에 그쳤다.

가격 전가가 제한되며 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85.9%(188개사)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고 답했으며 특히 영업이익률이 3~5% 포인트 하락했다고 답한 기업은 39.3%(86개사)였다. 지난해 중소 제조기업 평균 영업이익률(4.6%)을 고려하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수익성 저하 수준이 상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전쟁 직후 급등했던 유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상반기 유가 상승분이 3분기까지 이연 청구되며 물류비 부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7월 근해항로 유류할증료(BAF) 및 저유황유할증료(LSS) 인상에 이어 8월에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 고시 부대조항에 따라 국내 컨테이너 내륙 운송비 인상도 예정돼 있다.

예년에 비해 일찍 도래한 해운 성수기 물량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동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글로벌 선복 공급 정상화까지는 수개월이 걸려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석유화학, 식품·농수산물 등 물류비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재완 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중동 전쟁이 다시 격화하며 물류 적체 해소가 지체되고, 해운·항공·내륙 등 모든 수출 운송 부문에서 유가 인상분이 수출기업에 시간차를 두고 전가됨에 따라 물류비의 하방경직성이 우려된다"며 "무역협회는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과 협력해 중소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