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해법과 관련해 전세사기 여파와 대출 규제 등으로 수요가 위축된 만큼 공급과 함께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는 해법으로 다세대·연립주택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전세사기 여파와 금융·세제 규제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 공급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임대인연합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정부가 발표한 비아파트 공급 확대 정책에 수요를 살리는 제도 개선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비아파트는 다세대·연립주택과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을 말한다. 아파트보다 공사 기간이 짧고 도심 내 소규모 부지를 활용할 수 있어 단기간 공급 확대 수단으로 꼽힌다.

한국임대인연합은 이날 집회에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아파트 수요를 비아파트로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아파트를 매입해 실거주하는 수요를 활성화하고 장기 임대사업이 가능하도록 금융과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다.


강희창 한국임대인연합 회장은 "비아파트 시장은 금융 규제와 세제·청약상 불이익, 낮은 환금성 등으로 실거주자는 구입을 꺼리고 장기임대사업자는 공급을 포기하는 구조"라며 "비아파트를 구입해도 생애최초 주택구입 혜택을 유지하고 청약 시 무주택 자격과 가점을 인정해야 하며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합리화하고 취득세 등 세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장기임대 목적의 비아파트는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장기임대사업자에 대한 LTV 규제 완화와 임대보증금 제도 개선, 민간임대사업 정상화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비아파트 담보가치 평가를 현실화하고 관리 품질 향상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요·공급 함께 살릴 정책 주문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비아파트 활성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 회복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27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비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490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최근 5년간 5월 평균과 비교하면 28.6% 적은 수준이다. 반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같은 기간 5만1585건으로 5.7% 늘었고 최근 5년 평균보다 11.4% 뛰었다. 아파트에 거래 회복세가 집중되면서 비아파트 시장은 썰렁한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을 바탕으로 2027년까지 수도권 비아파트 4만1000가구, 2030년까지 11만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5·22 비아파트 공급 보완방안'을 시행하며 민간 매입임대 사업자의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고 매입 기준을 완화하는 등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아파트 공급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사업자 대출 규제를 완화해 민간의 공급 유인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수요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막혀 집을 사기 어렵고 임대사업자는 사업자금 조달이 어려워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아파트 시장이 위축된 가장 큰 원인은 대출 규제"라며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려면 수요자와 공급자의 금융 규제를 정상화하고 한시적 규제 완화가 아닌 예측 가능한 제도 개선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