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북혁신도시에서 열린 ‘전북 우리WON금융타운’ 개소식에서 (왼쪽부터)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 정진완 우리은행장,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조지훈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가 개소를 기념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우리금융
금융지주들이 대형 기관과 지역 산업을 따라 서울 밖으로 전략 거점을 넓히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과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추는 동시에 기관·기업금융 시장을 선점해 새로운 수익 기반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우리금융지주)은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자리한 전북혁신도시에 '전북 우리WON금융타운'을 열고 국민연금 관련 기관영업과 지역 금융사업 확대에 나섰다. 금융타운에는 우리자산운용 전주사무소와 우리은행의 국민연금 전담 조직인 연기금고객부·자산수탁부를 비롯해 우리미소금융재단 전주지점, 굿윌스토어 등이 들어섰다.

우리금융이 전주에 거점을 마련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이다. 전북혁신도시에는 1000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 3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인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와 거래 금융회사 선정은 은행과 자산운용업계의 실적과 시장 지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금융사의 사업 영역은 다양하다. 자산운용사는 국민연금의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은행은 연기금 자산의 보관·관리와 결제 등을 담당하는 수탁 업무에 참여한다. 우리은행은 2018년부터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을 맡아 관련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자산운용과 은행의 전문 조직을 현지에 함께 배치한 것도 그룹 차원에서 국민연금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자산운용은 전주사무소를 중심으로 국민연금과의 소통과 지역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우리은행은 연기금고객부와 자산수탁부를 통해 국민연금 지원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신한지주) 역시 전주를 자본시장 부문의 전략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련 조직과 인력을 현지에 배치하고 위탁운용과 수탁, 증권 거래 등 기관영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금융회사들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에 있던 시절처럼 여의도에서 고객을 기다리는 대신 의사결정권자가 있는 전주로 직접 이동한 셈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셈법은 다소 다르다. 하나금융은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통합데이터센터와 글로벌캠퍼스, 그룹헤드쿼터를 차례로 조성하며 '하나드림타운'을 구축했다. 본점 기능을 이전하고 그룹의 핵심 인프라와 계열사 역량을 한곳에 집결한 복합형 금융 허브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오는 9월부터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을 비롯한 10개 계열사 임직원 약 2200명이 그룹헤드쿼터에 단계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기존 청라 근무 인력까지 합치면 총 4000여명의 금융 인력이 하나드림타운에 모이게 된다.

하나금융은 청라에 디지털 인프라와 인재 양성, 그룹 경영 기능을 집적해 계열사 간 협업을 강화할 수 있다. 은행과 증권, 카드, 보험 등 계열사가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면 공동 상품 개발과 고객 정보 활용, 글로벌·디지털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청라 투자는 인천 지역에서 하나금융의 존재감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대규모 시설 투자와 임직원 이동은 지역 고용과 소비, 관련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사회 기여 실적과 현지 네트워크가 쌓이면 인천시금고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영업에서도 유리한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지주가 서울을 벗어나는 배경에는 지역 금융시장의 변화도 자리 잡고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산업단지 조성, 지역 특화산업 육성으로 대규모 금융 수요가 서울 밖에서도 발생하고 있어서다. 대형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있는 지역에 먼저 거점을 구축하면 기관 자금은 물론 지역 기업의 대출과 자금 조달, 임직원 금융거래까지 연계할 수 있다.

정부가 금융권에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주문하고 있는 점도 금융지주들의 지역 거점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부동산과 가계대출에 집중됐던 자금을 첨단·혁신산업과 벤처기업, 지역경제 등 실물 부문으로 돌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뒷받침하라는 취지다. 단순히 자금 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과 기업, 지역을 먼저 발굴해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 거점 구축은 기관영업과 기업금융을 함께 넓히기 위한 전략"이라며 "지역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수익 기반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