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기준금리는 미국의 매파적 동결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 7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물가 경계감을 유지하며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국은행도 이달 기준금리를 연 2.75%로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중동발 정세 불안으로 글로벌 물가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주요국의 기준금리 행보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목표치를 웃도는 고물가 현상이 5년 이상 지속되고 있음에도 올해 들어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유럽은 최근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반면 일본은 목표치를 상회하는 물가 흐름이 이어짐에 따라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이달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이 다음달에도 연속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Inflation: 국가별로 엇갈린 물가 흐름…정책 판단도 달라졌다]
사진은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각)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사진=로이터
지난 28~29일(현지시각) 열린 FOMC에서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표결은 이전 만장일치에서 9대3으로 바뀌며 3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성명서에서도 2% 물가 목표 달성 의지를 재확인했다. 케빈 워시 의장은 장기간 목표치를 웃돈 인플레이션이 최근 짧은 기간의 물가 둔화만으로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물가 안정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직접 올리는 대신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시장금리)를 활용해 돈 빌리기 어려운 환경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이미 돈을 빌리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 만큼, 정책금리까지 서둘러 올릴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판단에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정책금리보다 시장금리를 활용해 금융여건을 긴축적으로 유지하는 정책 조합을 선택했다"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은 결국 미국 물가 둔화세가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워시 의장은 장기 실질금리 상승이 긴축 효과를 낸다면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지만 장기금리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그 시점을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오는 9월 인상을 예상하는 시각과 12월 인상을 전망하는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앞으로 나올 물가 지표가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표결은 인상을 향했지만 시장금리가 그 시점을 늦춘 회의"라며 "7~8월 근원물가 재가속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등이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12월 25베이시스포인트(bp)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5%로 전월(4.2%)보다 낮아졌지만, 연준 목표치인 2%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Korea: 한국은 이미 인상 사이클]
그래픽은 2025년 8월~2026년 6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사진=신재민 편집위원
한국은 이미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섰다. 물가지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 1.7%까지 떨어졌다가 9월 2.1%, 10~11월 2.4%, 12월 2.3%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1~2월 2.0% 수준이었지만 3월 2.2%, 4월 2.6%, 5월 3.1%, 6월 3.2%로 오름폭이 점차 커졌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등 일시적으로 값이 크게 오르내리는 품목을 뺀 물가)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 2.2%에서 5월과 6월 각각 2.5%를 기록했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물가까지 2%대 중반을 유지하면서 한국은행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인상 시기와 속도는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중동 정세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과 누적된 비용 상승, 환율 영향, 소득 개선에 따른 수요 압력으로 상당 기간 물가가 목표 수준을 웃돌 것"이라며 물가 경계감을 나타냈다. 이어 "근원물가 상승을 잡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를 강조했다.

시장에선 추가 금리 인상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시점은 물가와 경기 흐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총재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고용과 경기 상황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만큼 8월보다 10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최종금리는 3.5%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Global: 유럽은 신중, 일본은 점진적 인상]
유로존은 물가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낮아지며 안정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일본은 근원 소비자물가가 2.7%로 21개월 연속 일본은행(BOJ)의 목표치인 2%를 웃돌며 물가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ECB는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이를 긴축 종료보다는 추가 결정을 앞둔 숨 고르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으로 7월 동결 결정이 정당화됐지만 해당 수치는 최근 유가 급등 이전 데이터라는 한계가 있다"며 "다음 달 발표될 소비자 설문에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가 뚜렷한 만큼 ECB가 추가 긴축에는 신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CB 전문가 조사(SPF)에서는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이 1.0%에서 0.6%로 낮아졌고, 임금 상승률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BOJ도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31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금리를 올린 만큼 정책 효과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와 물가가 전망대로 움직일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이어가겠다는 기존 방침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Data: 결국 답은 물가…8월 한은 결정도 지표에 달렸다]
미국은 서비스 물가와 근원물가, 견조한 고용 흐름이 추가 긴축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한국은 근원물가와 함께 환율, 국제유가, 금융 불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8월 '백투백' 금리 인상 여부는 미국의 금리 결정 자체보다 다음 달 4일 발표되는 국내 7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흐름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물가 둔화는 에너지 가격 하락 영향이 컸다"며 "향후 유가 흐름에 따라 물가 둔화세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결국 향후 연준의 정책 방향은 물가 지표에 달려 있다"며 "한국 역시 근원물가 흐름이 한은의 추가 인상 시기와 강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