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병도(가운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길수 변호사를 청와대 특별감찰관 후보로 추천한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 1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특별감찰관 후보로 검사 출신 최길수 변호사를 추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특별감찰관 임명 의지를 밝힌 지 1년이 넘어서야 여당이 비로소 선임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매우 늦었지만 다행이다. 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때 야당이던 바른미래당이 이미 특별감찰관 후보로 추천했던 인물이다. 과거 야당이 낙점한 인물을 다시 선택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하고 청와대의 감찰 수용 의지를 보여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비리를 감찰하는 독립 기구다. 국회가 후보자를 3명 추천하면 대통령이 3일 안에 1명을 지명하게 돼 있다. 이번 여당 추천으로 10년간 유명무실했던 특별감찰관 제도가 재가동될 길이 열렸다. 특별감찰관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됐다 1년 만에 물러난 이석수 초대 감찰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부는 임명 약속을 했지만 모두 흐지부지됐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난해 7월과 12월, 올해 4월 국회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민주당은 그때마다 미온적인 태도로 공백상태를 방치해 왔다. 국민의힘은 올 4월 이 대통령의 재요청 뒤 야당 몫 후보(강지식 변호사)를 추천했다. 여당이 특별감찰관 선임을 미루는 사이, 청와대 비서관이 여당 의원의 부적절한 인사 청탁 문자를 받고 청와대 실세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추천하겠다고 답한 문자가 공개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만약 독립적인 특별감찰관이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당이 특별감찰관 추천을 전격 발표한 시점을 두고는 뒷말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국내를 비우고, 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벌이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발표 타이밍에 아무런 정략적 의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론 반전용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추천 시점을 둘러싼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특별감찰관이 정치적 유불리에 상관없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다.

특별감찰관은 권력에 불편한 존재일 수 있지만 대통령 가족과 측근이 비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8월 중 임명 절차를 끝내자고 했다. 국회는 남은 추천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이 대통령은 감찰관을 신속히 임명해야 한다. 특히 이석수 감찰관이 정권 실세(우병우 민정수석) 감찰 문제로 물러난 점을 상기해야 한다. 특별감찰관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권한과 재량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