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금융권 CEO를 은퇴한 A씨는 1주택자로 실거래가 30억~40억원의 서울 아파트에 거주한다. 내년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1000만원 안팎 상승할 것으로 예상해 큰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매도와 이주 계획은 없다. 장기거주특별공제 기한을 못 채워 양도소득세 부담이 더 큰 데다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집 하나만은 팔지 않고 버틸 계획이다.
정부가 보유세 인상안과 함께 수도권 거주 65세 이상 1주택자의 비수도권 이주시 양도세를 최대 50%(5억원 한도) 감면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인구 분산과 집값 안정에 기여할지 주목되나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내년 70%로 오른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의 일부를 과세 대상으로 정하는 계산 방법이다.


고가주택에 적용하는 종부세율은 단계별로 인상된다. 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되고 비거주 1주택자는 9억원으로 축소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 70%와 종부세율 인상안을 적용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3410가구) 전용 84㎡에 거주하는 1주택자의 보유세는 올해 1809만원에서 내년 2763만원으로 954만원(52.7%)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고령자와 장기 보유·거주기간에 따른 세액공제는 반영하지 않았다.

반포자이 전용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34억9100만원이다. 내년에는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25.8%)의 절반인 12.9%가 적용돼 약 39억4216만원으로 오르는 것으로 가정했다. 최근 반포자이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최고 47억원이다.


지난 7월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의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 참석한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인 사례들을 봐도 세금 부담이 커진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 "이에 매물이 일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집값 안정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 유지나 증여 대비 매도의 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아파트 민간임대 전세대출 등 확대 필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제개편안 사전브리핑을 열고 "보유세 전반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시가 기준 30억원 이하는 줄어든다"면서 "30억~40억원의 경우 지금보다 조금 오른다"고 설명했다.

시가 기준 약 20억원 이하는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A씨 사례와 같이 현재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도심에선 매매 평균금액이 30억~40억원에 달한다.

종부세 개편은 내년부터 단계별로 시행하고 양도세의 경우 내년 1년 동안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28년부터 적용한다.

한국임대인연합 강희창 대표는 "지금의 아파트난을 해결하려면 장기 공급계획을 마련하고 단기로는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로 주거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면서 "실수요자 매입은 아파트 청약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의 혜택이 소멸돼 걸림돌이 된다. 전월세로 비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매물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민간임대정책을 개선해 중산층 임대 비아파트의 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그리고 반환보증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