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스틸 신임 주한미국대사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접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미셸 스틸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 외교부 의전장에게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조현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면서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한국계이자 정치인 출신인 스틸 대사의 부임으로 한미동맹 강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강경 보수 성향이란 점에서 한국 정부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오후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스틸 대사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일각의 우려와 관련해 "주한 미 대사가 한미 동맹과 한미 관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미 관계 강화와 한미 양국 국민 간 우정 증진 등을 위해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틸 대사는 2024년 연방 하원의원 3선 도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았고 적대적인 대북·대중 인식을 보여왔다.

스틸 대사는 이날 오후 강상욱 외교부 의전장에게 신임장 사본을 제출한 뒤 조 장관을 예방하고 한미 관계 현안을 논의했다. 다만 조 장관과의 예방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아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스틸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라는 점에서 한미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장관은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해 "대사가 워싱턴에 아주 직통으로 통한다고 하니까 한미 관계에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점을 잘 해결해 나가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셸 스틸 주한 미국 대사 후보자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의 대사 후보자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외교가에서는 스틸 대사가 한미 현안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을 조율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관련 절차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의는 지난 6월 1차 회의 이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쿠팡 사태도 한미 관계에서 풀어야 할 현안으로 꼽힌다. 미국 조야에서는 한국 정부의 쿠팡 제재를 두고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스틸 대사가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인사라는 점에서 양국 통상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스틸 대사가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 제재와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점은 부담 요인이다. 스틸 대사는 지난 5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쿠팡 등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의원의 지적에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은 미국에서 한국 기업이 누리는 것과 동일한 시장 접근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스틸 대사는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정치인으로 한국계 첫 여성 주한 미국대사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실향민 2세로 남편 숀 스틸 변호사와 함께 지난달 30일 입국했다. 스틸 변호사는 1981년 스틸 대사와 결혼했으며 공화당 캘리포니아주 의장을 지낸 인사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