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 망운면 일원 무안국제공항 운남면 방면 용교교차로. '지난해 말까지 거리를 가득 메웠던 '군공항 무안 이전 결사반대' 현수막이 사라지고 없었다.'사진=홍기철기자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합니다. 정부와 특별시는 군공항 이전에 따른 '6자 협의체 공동 발표문에 담긴 약속이행을 촉구합니다."
5일 오전 찾은 광주 군공항 예비후보지 인근 운남면. 지난해 말 거리 곳곳을 메웠던 '군공항 무안 이전 결사 반대' 현수막은 온데 간데 없이 자취를 감췄지만 주민들의 우려와 불신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날 '동행미디어시대' 취재진이 군 공항이전 문제와 관련한 현장 여론 취재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면사무소에 번영회장과 마을 이장들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국가 차원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군공항 이전의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했다.

한 이장은 "국가 안보와 국가사업을 위해 추진하는 일이라면 지역도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보상과 약속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장은 "보상 문제와 지원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고 다른 참석자는"김산 군수의 5자협의체 불참은 주민투표 이전에 3대 선결조건의 구체적 성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압박으로 이해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주민은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실제로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군수가 정부에 그 답을 요구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주민들의 의견은 하나로 모였다. "국가사업의 필요성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약속부터 지켜야 신뢰도 생기는 것 아닙니까."
5일 운남면사무소에 모인 번영회장과 이장들이 군공항 이전에 따른 보상책인 3대 선결과제 등 지역 현안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진=홍기철기자
취재진은 이어 군공항 예비후보지인 망운면의 한 카페에서 주민 김모씨를 만났다. 그는 보자마자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광주에는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며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무안에는 보상안도 확정하지 않고 소음공해의 대명사인 군공항을 보내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잠시 창밖을 바라보던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무안군이 요구한 3대 선결조건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군공항부터 받으라는 건 순서가 잘못됐습니다. 우리 자식들과 손주들은 평생 전투기 소음을 감당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보상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변에 있던 주민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공감했다. 커피숍 안에서 오가는 대화는 결국 '보상'과 '약속'이라는 두 단어로 귀결됐다.

공교롭게도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광주 군공항 이전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핵심 과제라며 지역의 협력을 당부했다.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이전부지 선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 다음 날 찾은 무안의 민심은 단순한 찬반 구도가 아니었다. 국가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와 특별시가 먼저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훨씬 강했다.

이같은 불신에는 과거의 경험도 자리하고 있다.

2018년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국제공항으로 조건없이 통합 이전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광주광역시가 군공항 이전 문제와 민간공항 이전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꿔 합의가 이행되지 못했다.

무안군은 이번에도 3대 선결조건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제시되지 않자 정부와 특별시를 압박하기 위해 5자협의체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안군과 군의회도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취재진이 5일 방문한 망운면 무안국제공항/사진=홍기철기자
김산 무안군수는 지난달 28일 국방부에서 열린 제2차 광주 군공항 이전후보지 선정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3대 선결조건 이행에 대해 정부와 특별시로부터 납득할 만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김산 무안군수는 대통령의 협력 당부 발언 하루 만인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기존 3대 선결조건의 이행을 재차 요구했다.

그는 "군 공항 이전 자체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군민과 약속한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것"며"3대 선결조건이 조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책임 있는 자세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호성 무안군의원은 "3대 선결조건이 충실히 이행된다면 열린 자세로 논의에 임하겠다"면서도 "군민 동의 없는 이전 절차 강행에는 10만 군민과 함께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남악신도시에 거주하는 김미경 씨 역시 씁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광주도 소음이 싫어서 군공항을 옮기려는 것 아니냐. 혐오시설을 떠안으라면서 그에 맞는 보상은 당연한 것인데 왠지 갑과 을이 뒤바뀐 느낌입니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군공항 이전과 무안 지원 방안을 협의하며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각종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선(先) 이전, 정부와 특별시의 1조원 규모 지원,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 3대 선결조건이 구체적으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무안군은 광주군공항 이전 관련 6자협의체 공동 발표문에 담긴 105만평 국가산단의 예비후보지 신속한 지정 약속을 지켜달다고 호소하고 있다.
광주군공항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래야 향후 주민투표를 앞두고 공청회에서 군수가 주민들에 '나 이렇게 노력했다'며 할 말이라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군공항 이전 문제 등이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반도체 상설특별위원회도 중재에 나섰다.

김성일 위원장은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어느 한 지역의 희생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며 "무안군에 약속한 지원이 법과 예산으로 확실히 이행되도록 의회가 앞장서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는 미래 산업을 이야기하고 무안은 삶의 터전과 후손들의 일상을 걱정한다. 국가 전략사업의 속도와 주민들의 생존권 사이에서 양측의 간극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었다.

망운면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귓가에 남은 것은 주민들이 가장 많이 되풀이한 한마디였다.

"반대만 하는 게 아닙니다. 약속부터 지켜달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