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는 지난 8일(현지시각)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2분기 주식 매수액이 235억달러, 매도액이 37억달러였다"고 밝혔다. 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198억달러에 달한다. 버크셔가 주식 순매수로 돌아선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다. 그동안 버핏은 주식시장에서 투자할 만한 매력적인 가격의 자산을 찾기 어렵다며 보유 주식을 꾸준히 처분하고 현금을 쌓아왔다. 그 결과 버크셔는 14개 분기 연속 주식 순매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아벨 체제가 출범한 올해 2분기에는 흐름이 달라졌다. 버크셔는 보유 주식을 줄이는 대신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파벳이다. 버크셔는 2분기 알파벳에 약 100억달러를 투자했다. 알파벳은 이번 투자로 버크셔의 5대 주식 보유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의 애플,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알파벳 투자는 특히 의미가 크다.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버크셔가 대형 기술주에 100억달러라는 거액을 베팅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앞서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벨과 상의한 뒤 알파벳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 투자만으로 버크셔의 투자 전략이 공격적으로 완전히 전환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버핏이 여전히 회장으로 남아 있고, 버크셔의 기본적인 자본 배분 원칙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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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도 1분기보다 19배━
자사주 매입 규모가 많이 늘어난 점도 아벨 체제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버크셔는 2분기에 약 45억달러어치 자사주를 사들였다. 올해 1분기 매입액인 2억3500만달러와 비교하면 약 19배 증가한 규모다.버핏은 그동안 버크셔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낮다고 판단될 때만 자사주를 매입하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일반 기업처럼 매년 일정 규모의 자사주를 기계적으로 사들이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버크셔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약 78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이후에는 자사주 매입을 사실상 중단했다. 그러다 아벨 취임 이후 다시 매입에 나섰고 2분기에는 규모를 크게 늘렸다.
시장에선 이를 아벨 CEO가 버크셔의 자본을 어떻게 활용할지 보여주는 첫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버크셔 주가가 최근 상승하면서 자사주 매입이 계속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버크셔 주가는 지난 7일 78만86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올 들어 약 3%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인 13%대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3개월간으로는 약 9% 올랐다. 버크셔가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비싸다고 판단할 경우 자사주 매입을 다시 줄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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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500조원 현금은 남았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이 줄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버크셔의 현금 및 단기 국채 보유액은 3655억달러(약 508조원)로 집계됐다. 1분기 말 3974억달러에서 약 319억달러 감소했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이 분기 기준으로 감소한 것은 오랜 기간 이어진 현금 축적 기조를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주식 매입과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미국 주택건설업체 테일러 모리슨 홈 인수에도 자금이 투입됐다. 버크셔는 약 68억달러에 달하는 이번 인수를 지난달 완료했다.그럼에도 3655억달러라는 현금성 자산은 여전히 막대한 규모다. 원화로 환산하면 500조원이 넘는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시장 관심은 자연스럽게 아벨이 남은 현금을 어디에 쓸지에 쏠리고 있다.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부터 추가적인 주식 투자, 자사주 매입 확대 가능성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다만 '버크셔의 현금 500조원이 시장에 한꺼번에 풀린다'고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버크셔는 투자 기회가 없다고 판단하면 현금을 계속 보유하는 보수적인 자본 배분 원칙을 유지해왔다. 특히 최근 미국 증시와 사모시장 모두 자산 가격이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 아벨 역시 대형 거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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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도 개선…아벨 체제 첫 시험대━
2분기 실적은 투자 확대와 별개로 양호했다. 버크셔의 2분기 순이익은 256억6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23억7000만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주식 등 투자자산 평가이익이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다만 버크셔의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보여주는 영업이익은 129억8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11억6000만달러보다 16% 증가했다. 제조·서비스·소매 부문 영업이익이 24% 증가한 44억7000만달러를 기록했고,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의 이익도 27% 늘어난 8억91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최대 철도회사 중 하나인 BNSF의 영업이익도 6% 증가한 15억6000만달러를 나타냈다.
반면 보험 부문은 부진했다. 보험 인수이익은 13% 감소한 17억3000만달러였고, 보험 투자수익도 9% 줄어든 3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결국 이번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단순한 이익 증가가 아니다. 버핏이 60년 가까이 이끌며 쌓아온 막대한 현금을 아벨이 어떻게 배분하기 시작했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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