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은 오는 11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인근 의사당대로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소속인 세 은행 노조가 본점 지방 이전 문제를 두고 공동 집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회에는 세 은행 조합원 약 2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영업시간이 끝난 뒤 집회를 열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 이전 반대 입장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집회에서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연대사를 하고 청년 직원들도 현장 발언에 나선다. 노조는 국책은행 지방 이전에 반대하는 공동 결의문도 채택할 예정이다.
국책은행 노조가 공동전선을 구축한 것은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올해 하반기 중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선도기관을 중심으로 이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수도권에 남는 기관을 최소화하고 '5극 3특' 성장전략과 연계해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을 권역별로 집적 배치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부산시는 이미 산업은행뿐 아니라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까지 포함한 정책금융기관 '묶음 유치'에 나섰다. 부산시는 지난 2월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을 포함한 40개 기관을 유치 희망 대상으로 정해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지난 3일에는 전재수 부산시장 주재로 '공공기관 이전 추진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유치 전략을 점검했다. 부산시는 금융과 해양, 첨단산업·연구개발(R&D), 영화·영상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기관 유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입주한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기존 금융 공공기관과 국책은행을 연계하면 금융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와 지역의 해양·물류 산업에 정책금융과 수출금융을 결합해 집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정부가 세 국책은행을 이전 대상에 포함하더라도 실제 이전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다. 현행 한국산업은행법과 중소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은 각각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 은행의 본점을 옮기려면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각각 개정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산업은행은 2023년 5월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규정한 산업은행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전 절차가 사실상 멈춰 있다. 정부의 이전 대상 선정은 첫 단계일 뿐 법 개정과 본점 부지 선정, 직원 이주와 기능 재배치 등을 둘러싼 후속 논의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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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아닌 농협도 이전설…노조 "조합원이 결정할 일"━
최근에는 농협의 지방 이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공공기관운영법상 공공기관이 아니라 농업인이 출자한 민간 협동조합이라는 점에서 국책은행과 성격이 다르다. 현행 농협법은 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금융노조는 농협까지 지방 이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공공기관 이전의 범위를 민간 협동조합으로 넓히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전국 1108개 농·축협의 협의와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만큼 특정 지역으로 이전하면 지역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협동조합 7대 원칙은 자율성과 독립성을 핵심 가치로 두고 있다. 농협법 제9조도 국가와 공공단체가 조합과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정부 주도의 강제 이전은 법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국가균형발전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지만 금융기관의 기능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강제 이전은 실익 없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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