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마틴 뉴욕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가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국내 자본시장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사진은 린 CEO. /사진=김남준 국회의원실
린 마틴(Lynn Martin) 뉴욕증권거래소(NYSE)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자본시장에 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와 정교함, 의지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글로벌 자본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만큼 제도적 신뢰와 시장 인프라를 뒷받침한다면 성장 잠재력을 더욱 빠르게 실현할 수 있다는 평가다.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린 CEO는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평가와 글로벌 자본시장 변화에 대한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김남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계양구을)이 린 CEO의 방한에 맞춰 NYSE의 시장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린 CEO는 이날 한국 자본시장을 단순히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함께하는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을 함께하는 진정한 파트너로서 이 자리에 왔다"며 "한국은 매우 특별한 것을 이뤄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와 정교함, 의지를 갖춘 경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 그러한 잠재력이 얼마나 빠르게 완전히 실현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 제고 과정에서 제도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NYSE가 보유한 230년의 경험을 한국과 공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린 CEO "기술과 인간의 판단 결합해 시장 변동성 낮춰"
린 CEO가 한국 자본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배경에는 시장의 규모뿐 아니라 제도와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는 NYSE가 230년 넘게 세계적인 장기 자본 형성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배경으로 지배구조와 투자자 보호, 제도적 신뢰에 대한 선택을 꼽았다.

그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시장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제도적 기반의 질'을 제시했다. 팬데믹과 역사적인 금리 사이클, 지정학적 충격, 기술 변화 등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한 시장을 가른 것은 결국 시장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NYSE의 시장 운영 경험도 소개했다. 린 CEO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변동성과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도 NYSE 거래 플랫폼이 안정적으로 작동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20일 NYSE 종가 단일가매매에서는 35억7000만주가 거래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거래 명목금액도 2305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기술만으로 시장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NYSE는 상장된 모든 증권에 지정시장조성자(DMM)를 배정해 기술과 인간의 판단을 결합하고 있다. 린 CEO는 이를 통해 보다 나은 시가·종가 경매를 제공하고 시장의 변동성을 낮추면서 스프레드를 좁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원/달러 외환시장 24시간 거래체제 주목"
린 CEO는 글로벌 자본시장이 기술 발전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기술은 단순히 거래 방식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을 이해하는 방식과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 자본이 필요한 기업과 프로젝트로 흘러가는 방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NYSE는 시장 인프라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토큰화 증권 거래와 온체인 결제를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지난달 미국 예탁결제청산기관(DTCC)의 토큰화 시범사업에도 참여했다. 린 CEO는 미래 금융시장의 핵심 인프라 파트너로서 관련 기술을 책임감 있게 구현하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시간 확대 역시 글로벌 자본시장의 변화 가운데 하나다. NYSE는 기존 주 5일 기준 16시간이던 거래시간을 23시간으로 확대해 사실상 하루 종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린 CEO는 한국이 지난달 6일부터 원/달러 외환시장을 24시간 거래체제로 전환한 점을 언급하며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전통금융·탈중앙화금융 결합, 시장의 새로운 과제"
전통금융과 탈중앙화금융(DeFi)의 결합도 시장의 새로운 과제로 꼽았다. 린 CEO는 새로운 DeFi 기술을 전통적인 시장에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기존의 제도적 틀이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혁신에 앞서 인프라와 규칙, 시장의 무결성이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게 NYSE의 경험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시장이 투명하고 안정적이며 신뢰받을 때 자본은 가장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간다"며 "기업은 성장하고 경제는 확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과 인프라, 새로운 기회를 뒷받침하는 장기투자가 대규모로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조승래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위원장,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민규 의원을 비롯해 국내 주요 금융투자업계 사장단 등이 참석했다.

김남준 의원은 "자본시장 선진화는 지금 우리 경제가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정책과제"라며 "주요 자본시장의 경험을 폭넓게 참고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지속 살피겠다"고 밝혔다.

한편 린 CEO는 2022년부터 NYSE 그룹 사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의 채권·데이터서비스 부문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김남준 의원과는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의 뉴욕증권거래소 방문 당시 만난 인연을 계기로 이번 세미나가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