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폭염 방학'을 끝낸 KBO 리그가 오후 7시 경기 시작과 구단별 밀착 냉방 대책에 힘입어 관중 안전과 900만 관중 흥행을 동시에 잡았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1루 두산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펼치는 모습. /사진=뉴스1
사상 초유의 '폭염 브레이크'로 일주일간 숨을 고른 한국프로야구(KBO) 리그가 지난 11일 재개된 가운데, 관중 안전을 위한 구단별 무더위 대책이 시행됐다.
지난주 전국을 강타했던 최악의 한증막 폭염은 사상 첫 리그 일시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수도권 낮 기온이 38~40도까지 치솟고 경기 중 관중이 의식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자 KBO는 선수단과 관중 안전을 위해 5일간 전 경기를 취소하는 강수를 뒀다. 외부 요인으로 인한 리그 전면 중단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뜻밖의 폭염 방학 뒤 지난 11일 재개된 프로야구는 대대적인 정비를 마친 모습이었다. 기상 여건도 다소 숨통이 트였다. 서울 낮 최고기온은 32~34도, 체감온도 33도 안팎이었던 지난주의 극단적 폭염에 비해서는 기세가 한풀 꺾였다.


우선 KBO는 다음 달 6일까지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모든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6시30분에서 오후 7시로 30분 늦췄다. 햇볕이 가장 뜨거운 시간대를 피하고 체력 소모를 최우선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다.
폭염 뚫고 돌아온 야구, 달라진 풍경…각 구장 총력전에 쾌적해진 직관 환경
KBO리그가 5일 만에 '폭염 방학'을 마치고 재개된 가운데, 각 구단의 선제적인 폭염 대응에 팬들이 다시 야구장을 찾았다. 사진은 SSG 구단이 지난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를 찾는 야구팬들의 온열질환 방지를 위해 마련한 식염 포도당과(왼쪽) 아이스 박스. /사진=SSG랜더스 제공
현장에서도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총력전이 펼쳐졌다. 잠실을 비롯해 경기가 열린 전국 주요 구장 외부에는 팬들이 열기를 식힐 수 있는 대형 '냉방 버스'가 전격 배치됐다. 일찌감치 구장을 찾은 관람객이 언제든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쉴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구단 차원의 밀착 대응도 이어졌다. SSG 랜더스는 구장 곳곳에 식염 포도당과 얼음을 구비하고 게이트에 생수를 대량 비치하는 등 관람객의 탈수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보급을 대폭 확대했다. 또 휴게 공간을 확충하고 응급환자 이송 전담팀을 항시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기온 완화 추세와 세심한 대비책은 현장을 찾은 야구팬들의 체감 온도를 실질적으로 낮췄다. 팬들은 저마다 선풍기와 쿨링 패치 등을 챙겨 들고 일주일 만에 열린 야구장으로 모여들었다.

경기 직후 국내 주요 야구 커뮤니티와 각 구단 SNS 등에는 후기가 이어졌다. 직관한 팬들은 "7시에 시작하니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어서 살 것 같았다" "날씨가 풀려서 저번 주보다 훨씬 낫다" "얼음물과 포도당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에 구단이 준비를 많이 한 게 느껴졌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수단 역시 한결 나아진 그라운드 환경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지난주 50도에 육박했던 그라운드 지열이 40도 초반까지 떨어진 데다, 경기 중 가동되는 '쿨링 브레이크'(3·7회 휴식)와 클리닝 타임 연장 덕분에 체력 부담을 덜며 훈련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기록적인 찜통더위에도 발 빠르게 가동된 '팬 퍼스트' 대응이 팬들의 발걸음을 다시 야구장으로 이끌었다. 실제로 경기 재개 첫날 하루에만 전국 5개 구장에 총 6만여명의 관객이 몰려들며 KBO 리그는 역대 최소 경기 만에 시즌 누적 관중 900만명 고지를 밟았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각 구단은 이제 가을 야구를 향한 본격적인 하반기 레이스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