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원한 한 환자는 술 마신 다음날이면 머리가 깨질 듯 통증이 찾아와 괴롭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술을 쳐다보는 것도 싫어졌다고 한다. 문제는 연말이라 송년모임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



이 환자의 경우처럼 음주로 인한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과음은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면서 두통을 유발한다. 이때 두통이 쉬 사라지지 않고 유독 심하다고 느껴지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반복되는 음주가 혈액순환을 방해해 만성 두통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혈액순환 장애가 두통 유발



술은 잘 마시면 보약이 될 수 있다. 실제 와인은 ‘신의 물방울’이라 불리며 건강을 위해 술을 멀리하던 사람들도 이제 건강을 위해 한두잔의 와인을 즐길 정도다. 이처럼 약간의 술은 혈액순환을 돕고 피로감을 줄여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는 정상적인 생활을 방해할 뿐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술을 마신 다음 날 극심한 두통이 반복해서 나타난다면 혈액순환 장애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몸속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간은 알코올을 해독하기 위해 단백질을 지방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이때 혈액에 중성 지방이 많아지면서 혈관을 막아 혈액순환을 방해하게 된다. 또한 음주로 인해 체내에 독소가 쌓이면 간에 부담을 주어 피도 만들 수 없고, 피를 걸러 주지도 못하면서 피가 탁해지게 된다. 반복되는 음주로 간의 해독작용도 원활히 되지 않아 몸 속 독소를 배출하지 못하고 피가 탁해지면서 산소와의 결합 능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혈관이 팽창하면서 두통으로 나타나게 된다.



연말 과음으로 간의 해독작용 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혈중에 찌꺼기가 남게 된다. 찌꺼기는 탁한 독소를 만들어 내고 이것이 위로 올라가 두통을 유발한다. 또한 과음은 위 점막을 손상시켜 위의 기능을 떨어뜨리는데, 이때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찌꺼기나 불필요한 체액인 담(痰)이 만들어진다. 이 담이 머리 쪽으로 올라가는 경우에도 심한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찌꺼기와 담이 굳어져 뇌 혈액순환을 방해하면 장기적으로 만성 두통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음주 후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 중 평소에도 잦은 두통이 있다면 이는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어혈 제거, 두통 완화에 도움



두통이 만성화되고 통증을 견딜 수 없을 정도라면 즉시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한의학에서는 불필요한 찌꺼기, 즉 어혈(혈전)이 머릿속에서 뇌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것을 해결해 두통을 치료한다. 어혈이란 혈액의 점성이 높아져 쉽게 혈액이 정체되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정상적인 혈액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혈액 속의 어혈을 제거하지 않으면 당장 문제가 되는 곳의 혈액순환을 해결했다고 해도 다른 부분의 혈관이 언제 또 막힐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어혈을 제거하면 평소 음주 후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이라도 그 증상이 없어지거나 현저히 완화될 수 있다. 한방에서는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는 사혈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여러 사혈요법 중에서도 특히 금진옥액요법이 효과가 뛰어나다. 이는 혀 밑에 있는 ‘금진’과 ‘옥액’이라는 두 혈 자리에 침을 놓아 직접 어혈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금진옥액요법의 가장 큰 특징은 피부나 근육 속의 어혈이 아닌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혈관 내 어혈을 직접 체외로 쉽게 배출한다는 것이다. 단, 어혈을 쏟아내는 시술법인 만큼 항혈액응고제를 복용하는 사람이나 혈우병환자, 심한 당뇨환자들은 반드시 시술 전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와 더불어 혈전 제거 및 혈액순환 개선 효과가 있는 한약재로 만든 환약 및 공진단을 함께 처방받으면 치료효과가 더욱 좋다. 최근 내원한 환자도 사혈요법과 한약치료를 통해 혈액순환을 개선한 다음 어혈을 예방하고 맑은 혈액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올바른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등을 지도했더니 두통이 사라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과도한 음주 뿐 아니라 평소 흡연, 스트레스 등 혈액순환에 나쁜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몸을 지키는 방법이다. 특히 연말연시의 피할 수 없는 술자리라면 간의 해독 기능을 넘지 않을 정도의 양만 마시고, 음주 전후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는 것이 두통예방에 도움이 된다.



한편 음주 후 뿐 아니라 평소에도 잦은 두통을 호소한다면 이는 혈액순환에 이미 문제가 생긴 것이다. 때문에 어혈을 예방해 원활한 혈액순환을 돕는 생활습관을 익혀야 한다.





혈액순환 돕는 음주 및 생활 습관



▶술을 마시기 전에 적당히 배를 채워주면 술이 천천히 취하고 간의 분해 능력도 높아진다.



▶술 마시기 전 30분~1시간 정도 누워서 휴식을 취하면, 간으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해 간 기능을 향상시킨다.



▶생선, 해조류, 견과류, 야채 등의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안주는 간세포의 재생을 높이고 알코올 분해 능력도 향상시켜준다.



▶술을 마실 때는 되도록 도수가 낮은 것으로, 가능한 천천히 마신다. 또한 알코올이 몸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물을 많이 마신다.



▶술을 마실 때 담배를 피우면 상호작용으로 알코올과 니코틴, 각종 유해 성분의 흡수를 촉진시키므로 술을 마실 땐 담배를 피우지 않아야 한다.



▶간은 잠자는 동안 가장 활발히 해독 작용을 하므로, 음주 후에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한다.



▶두통이 있을 때는 누워있기 보다는 일어서거나 앉아 있는 것이 좋으며, 차가운 우유 한잔은 머리를 맑게 해준다.



▶흡연 시 방출되는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켜, 장기적으로 혈관이 손상되고 막히게 돼 혈액순환을 방해하므로 금연해야 한다.



▶콜레스테롤은 피를 ‘찐득찐득’하게 만들어 혈액을 탁하게 하므로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적절한 운동은 혈관에서 산화질소가 분비되어 혈관이 확장돼 건강한 혈관을 지킬 수 있다.



▶섬유소가 많은 식품은 위장 운동을 촉진하고 혈액 내 콜레스테롤 흡수율을 낮춰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잠을 자는 동안 백혈구가 왕성하게 활동해 몸 안에 있는 어혈 유발 물질이나 곰팡이, 세균 등을 제거해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구헌종 로하스한의원 원장

경희대 한의과 졸업

경희대 한의과 대학원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