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기아자동차는 전 세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SUV를 출시했다. ‘스포티지’다. SUV는 산악길 등 오프로드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차다. 스포티지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세계 최초의 온로드 감각, 즉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SUV로 만들어졌다. 이 뒤를 이어 유수의 자동차업체들의 온로드용 SUV시장을 형성해 나갔다.
출시후 10년이 지난 2004년 스포티지는 모노코크(차체와 차대가 일체가 된 구조) 타입의 스포티지로 ‘변신’했다. 이를 통해 연비를 향상시켰다. 그리고 올해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3세대 '스포티지R'이 태어났다. 지난 3월31일 스포티지R을 생산하는 광주공장에서 마련한 시승회에 가봤다.
◆눈으로 본 스포티지R
스포티지R에서는 각각 다른 개념의 통일성과 이질성을 느낄 수 있다.
하나는 기아차 고유의 ‘패밀리룩’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포르테, 쏘렌토R, K7 등에서도 찾을 수 있는 호랑이 코와 입을 형상화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보면 '아~ 이건 기아차구나'하는 감이 온다.
그러나 스포티지R이 과거 두세대의 스포티지를 이어받았다는 느낌은 오지 않는다. 2세대 스포티지에서는 그래도 1세대 스포티지의 모습을 찾아보고 느낄 수 있었지만, 3세대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Renovation(혁신)’이라는 의미로 ‘R'을 붙였다는데 새 기종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차체는 기존 스포티지보다 더 길고 낮고 넓어졌다. 차체 길이는 4440mm로 기존 스포티지보다 90mm, 차폭은 1855mm로 35mm 커졌다. 반면 높이는 1635mm로 60mm 낮아졌다. 낮아진 차체에 전고후저의 모습이 날렵해 보인다. 차체를 낮췄기 때문에 특히 여성과 아동이 타고 내릴 때 편리할 것 같다.
전면이야 기아차 고유의 ‘패밀리룩’이 반영됐기 때문에 달라졌다 할 수 있지만, 뒷모습을 보면 스포티지의 ‘혁신’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후면의 방향지시등은 정지등 중간쯤에 위치한다. 하지만 스포티지R의 방향지시등은 범퍼에 붙어있다. 접촉사고로 방향지시등이 깨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생긴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방향지시등이 깨질 정도면 범퍼도 파손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향지시등만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한다.
실내로 들어가 보자. 센터페시아는 2단으로 나눠져 있다. 상단에는 7인치 화면의 오디오와 내비게이션이 있고, 하단에는 히터 컨트롤 박스가 자리 잡았다. 특히 버튼이 45도쯤 뉘어져 있어서 조작이 편리하다.
특별 패키지로 오렌지 패키지도 있다. 문 안쪽 중앙 부문을 오렌지색으로 장식하고, 검은 가죽시트에 오렌지색 실로 스티치를 넣어 포인트를 준 것이다. 이 차를 시승해 보니 신선한 감이 온다.
◆직접 몰아 본 스포티지R
이날 시승코스는 기아차 광주공장을 출발해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를 돌아오는 길이다. 시내 주행과 직선 고속주행, 커브길 등을 모두 달려볼 수 있는 코스다.
시내 구간에서는 신호등과 다른 차량 때문에 특별한 점을 느끼기 어려웠다. 단 하나, 기대 이상으로 조용했다. 고속주행 구간에 들어서자 진면목을 보였다. 수입차를 포함해 소형SUV 중 최고를 자랑하는 184마력의 2.0R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최대토크 40.0kg‧m는 ‘꽃미남’ 스포티지를 ‘짐승돌’로 변모시켰다.
가속페달을 밟는 데로 속도계가 쭉쭉 올라가더니 순식간에 180km/h까지 도달했다. 오르막길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실내외 디자인과 차량 제원을 보고 20~30대가 특히 좋아할 젊은차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주행 테스트를 해보니 정말 그럴 것 같다.
고속주행 시 도심에서 느끼던 정숙함은 사라지고 외부 소리가 들어왔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기아차에 따르면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9.6초. 기존의 스포티지나 동급 SUV들에 비해 3초나 빠르다는 것이 기아 측의 설명이다. 정확한 시간을 재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정지상태에서 급출발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으니, 잠시 멈칫 했다가 출발했다. 약간 아쉽다는 생각이지만 SUV가 그렇게 모는 차는 아니다.
기아차는 스포티지에 도로 상태에 따라 충격 흡수를 최적화해주는 진폭감응형 댐퍼(완충장치)를 채용해 과속방지턱 등에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느껴보기에는 기자의 몸이 너무 둔했나 싶다.
스포티지R은 사이드 미러와 유리창의 빗방울 맺힘 방지장치를 갖췄다. 마침 이날 비가 내려 직접 확인해보니 매우 우수하다. 비가 계속 내렸지만 사이드 미러가 깔끔하다.
◆스포티지R의 경쟁상대
스포티지R이 국내시장에서 경쟁할 차량은 수입차인 폭스바겐 티구안과 르노삼성의 QM5, 그리고 현대차의 투싼ix다. 스포티지와 투싼은 생산회사가 형제라는 관계를 넘어 같은 플랫폼을 쓰는, 혈통이 같은 차량이다.
현재까지 소형SUV시장의 최강자는 투산ix이기 때문에 또 다시 소형SUV시장을 놓고 형제간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기아차에서는 투싼ix와의 경쟁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기아차는 수입차인 폭스바겐의 티구안까지 포함해 가장 뛰어난 엔진과 가격대비 성능으로 경쟁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 2월18일부터 시작된 사전예약 기간에 3만7000여대의 예약을 받는 등 스타트가 좋은 상태다.
총 3종의 모델(디젤 2륜 및 4륜, 가솔린)이 있는 스포티지R의 가격은 기준모델인 디젤 2륜이 1990만~2820만원, 디젤 4륜 모델이 2170만~3000만원, 가솔린 모델이 1855만~2515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