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세계에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경은 없어진지 오래. 거대 규모의 국제적 투기자금은 수익을 쫓아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마구 넘나들고 있다. 글로벌시대에서 환율에 관한 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많은 투자자들은 평가절상, 평가절하, 환율상승, 환율하락, 달러강세, 달러약세 등과 같은 말만 나오면 어렵다고 머리를 내젓는다.

요즘처럼 환율이 내리면 주가에는 호재일까 악재일까? 얼핏 생각하기에 환율이 올라야만 주가에 호재일 것 같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환율이 내려도 주가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환율과 주가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에는 전통적 접근법과 유동성 접근법이 있다. 전통적인 접근법에 따르면 한 나라의 환율이 상승(즉 그 나라의 통화 가치는 하락)하는 것은 주가에 도움이 되는 호재다. 왜냐하면 환율의 상승하면 그만큼 수출에 있어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므로 수익이 늘어나고, 덩달아 주가도 오른다는 것이다. 작년이나 재작년에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전자산업이 기록적인 실적을 나타낸 것도 환율 상승에 힘입은 바 컸고, 그로 인해 주가가 꽤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 주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유동성 접근법은 해외에서 그 나라 주식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나 유동성이 증가하면 그 결과 환율은 하락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들어 3월 한달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투자는 사상 두번째로 많은 3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달러의 유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주가는 올랐고 결과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하락했다. 유동성 접근법은 이런 사실을 살펴보면서 이해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그 나라의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즉 통화의 가치가 상승)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이유가 된다.

그런데 가만히 두 이론을 살피면 결과가 정반대인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적 접근법은 환율이 오르면 주가도 오른다고 주장하지만 유동성 접근법은 거꾸로 주가가 오르면 환율이 내린다고 말한다. 대체 어떤 이론이 옳을까?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경우에 따라 전통적 접근법이 들어맞기도 하고, 혹은 유동성 접근법이 적용될 수도 있다. 다만 굳이 우열을 가린다면 유동성 접근법이 약간 더 우세하다. 과거에는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수출이었으므로 수출이 잘되면 주가가 올랐고, 수출이 잘 안 되면 주가는 내리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지금은 수출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입에다 내수경기도 경제 운용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그러니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물가가 오르는 등 국내경기에도 부담이 되므로 반드시 주가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환율과 주가와의 관계를 따지려면 전후사정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처럼 외국인 투자가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상황에서는 유동성 접근법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지만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경우라면 되레 전통적 접근법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