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신문사 기자와 인사를 나누다가 명함에 써 있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자.'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3만달러 시대도 멀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명목 국민소득이 아닌 구매력을 기준으로 보면 이미 3만달러에 근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최신 경제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구매력(PPP) 기준 1인당 GDP는 2만9790달러로 예상됐다.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2015년에는 3만8767달러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뉴스를 읽으면서 기쁜 마음보다는 왠지 서글픈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국민소득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실제 우리 주변의 삶은 날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얼마 전 ‘행복전도사’로 불리던 최윤희 씨가 남편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버린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었다. 그가 강연이나 방송, 책 등을 통해 줄곧 행복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 했던 터라 더욱 놀라웠다. 어쩌면 아무리 어렵더라도 주변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극단의 선택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씨는 ‘행복전도사’라는 굴레에 갇혀 남들에게 힘든 내색을 하지 못했을 수 있다. 사실 최씨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힘들어도 어딘가 하소연할 사회적 완충장치가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우리 사회 전체를 깜짝 놀라게 하는 각종 흉악범죄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됨에 따라 경제적으로 소외된 일부 사람들의 극단적인 범죄가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한국심리학회가 한국인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평균 63.22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세계인 가치관 조사(World Value Survey)’의 세계 평균 행복지수 64.06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행복도 71.25 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행복수치는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약 2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남아프리카공화국(5693달러)이나 페루(4452달러)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들의 행복도가 높은 나라 중 중국과 인도 사이 히말라야산맥 동쪽에 있는 부탄이라는 나라가 있다. 부탄은 영국 레스터 대학이 실시한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178개국 가운데 8위에 올랐다. 이 나라의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Jigme Singye Wangchuck) 전 국왕은 1970년대에 이십대의 젊은 나이로 국왕이 됐다.

각국의 수뇌들을 초청해 이제부터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갈 지에 대해 연설하는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GNP 보다는 GNH가 더 중요합니다.” 한 나라의 부(富)를 재는 지표로 많이 사용하는 GNP(국민총생산)나 GDP(국내총생산)에 빗대어 마지막 글자인 상품(Product)의 ‘P’ 대신에 행복(Happiness)의 ‘H’로 바꿔서 만든 말이다. 우리 말로는 ‘국민총행복’ 정도가 될 듯하다. 2008년 공포된 부탄 최초의 헌법에서는 GNH라는 말을 국가 통치에서 중심개념으로 삼고 있단다.

이제 우리도 GDP나 GNP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행복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진정한 행복은 무엇이며 국민을 정말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어떤 것인지 사회 전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많은 논제가 있겠지만 다음 달로 다가온 G20 정상회의에서 국민의 행복을 공식 의제로 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