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선 올 한해 K-리그를 총 결산하는 챔피언전이 열렸다.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에 무려 5만6000여명이 넘는 관중이 몰렸다고 하니 그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2022년 월드컵 개최가 무산된 것은 아쉽지만 K-리그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날 FC서울이 제주 유나이티드를 2:1로 누르고 챔피언이 됐는데 재미있는 것은 공교롭게도 올해 1등과 2등을 차지한 각 팀의 구단주가 국내 석유화학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GS그룹과 SK그룹이라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인기 클럽 첼시의 구단주도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다. 축구팀 구단주는 유독 석유화학 관련 기업이 많은 것 같은데 아무튼 최근 GS와 SK에너지의 주가 상승이 이들의 경기에 모종의 기(?)를 불어넣지는 않았나 생각해보면서 이번 주는 축구와 관련된 영화와 석유화학과 관련된 주식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축구의 감동과 이란의 극명한 대조 <오프사이드>

많은 사람들이 꼽는 영화 중 하나가 바로 동티모르 유소년축구단을 만들어 세계축구무대에 내보낸 한국인 감독의 이야기를 담은 <맨발의 꿈>이다. 내전이 한창인 동티모르로 간 주인공 김신환 감독. 축구화와 축구공 대여사업을 위해 벌인 일이 점점 커져서 우여곡절 끝에 국제대회까지 참가하게 되는 스토리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 준 따뜻한 영화였다. 국내 클럽팀에 대한 다큐멘터리영화도 있었다. 만년 꼴찌였던 인천유나이티드를 2005년 K리그 통합우승으로 이끈 장외룡 감독과 서포터들, 선수들의 땀 냄새 나는 리얼 스토리를 담은 <비상>을 기억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축구에 관한 해외영화도 많다. 남성중심의 축구세상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영국의 여학생 축구선수들을 다룬 2002년작 <슈팅 라이크 베컴>도 나름 관객도 모았고, 2005년부터 시작된 축구영화 시리즈 <골>도 있었으니 가난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뭉쳐있는 멕시코 태생 산티아고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2편 3편으로 가면서 축구에 대한 열정보다는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는 아쉬움은 남지만 말이다.

2000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오프사이드>도 주목해볼 만하다. 2006년 베를린 영화제와 도쿄필름엑스에서 수상한 이 영화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이란 경제 제재하의 궁핍한 환경에서도 축구에 열광하는 팬들, 그것도 어린 여성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다. 축구라는 대중적인 소재를 빌어 인권유린, 빈부격차, 여성차별,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마냥 재미있게만 볼 수는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오프사이드>엔 이란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는데 오프사이드를 처음 본 몇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통으로 느낀 것은 세계 석유매장량 2위 국가의 모습이 너무나 궁핍해 보인다는 것이다. 강남 한복판에 테헤란로라는 길 이름이 있을 정도면 당시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살았을 것 같은 느낌인데 말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경제발전이 눈에 띄게 더디어졌다. 1970년대는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2배나 많았지만 지금은 35% 수준에 불과하며 당시에는 한국 젊은이들이 이란으로 취업을 갔지만 요즘은 이란의 젊은이들이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들어온다고 한다. 미국 중심의 경제제재가 이어지면서 이란은 원유는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정유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휘발유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세계 석유매장량 2위 국가가 국민들에게 휘발유를 배급제로 팔 수밖에 없는 어이없는 현실인 것이다.
 
석유와 관련해 어처구니없는 일이 최근에 또 벌어지고 있으니 바로 중국의 경유대란이다. 물론 일시적인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화물차가 경유를 넣기 위해 새벽 3시부터 다음날 오후 3시까지 기다렸다는 보도도 있었고, 일부 남서부지역엔 폐점하는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중국 정유사들의 독과점적인 행태와 중국 정부의 에너지절감을 위한 전력송출 감소로 자체 발전을 하려는 공장들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에 중국 정부는 경유의 수출을 금지하는 등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다는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2009년을 저점으로 세계 석유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년대비 3% 정도 증가했는데 내년에는 그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문제는 아시아시장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중심에 역시 중국이 있다. 특히 지난 6월 말 중국의 석유수요는 전년대비 10.3% 증가한 9억2600만 b/d로 지속적으로 사상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축구 명가 FC서울의 GS그룹, 정유로 달린다 

이런 수급개선은 특히 정유회사에게 호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유회사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 동안 중국은 지속적인 정유시설 투자로 경유만 하더라도 한때 수입국에서 오히려 수출국으로 전환했으나, 이제는 다시 수입국으로 바뀌면서 정유사의 정제마진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하자.
 
우리나라는 석유 한방울 나지 않지만 우수한 정유회사가 여럿 있다. S-oil, SK에너지, GS칼텍스 등인데 최근 고도화 설비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한 GS칼텍스가 이번 수요회복 국면에서 가장 이득을 볼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고도화 비율이 높아지면 생산효율이 높아지고 그러면 당연히 마진도 개선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GS칼텍스는 상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투자할 수 있는 것이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GS다.
 


GS의 주가는 이런 시황관을 반영하며 9월 이후 5만원 초반에서 최근 7만원 수준까지 오른 상태지만 상승 추세는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 최근에 나온 증권가의 목표주가는 8만원에서 9만5000원까지 다양한데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국가의 석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시황개선 추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점과 자회사인 GS리테일의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적 시각의 배경이다. 물론 축구를 좋아하는 투자자라면 FC서울이 GS그룹에 속해 있다는 것도 보너스로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