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이디어만 들고 오십시오. 창업자금부터 대박의 노하우까지, 모든 비밀을 전수해드리겠습니다.”
 
시작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연예인이 등장해 떠들썩하게 가게를 홍보하고 ‘연 매출 5억 대박’이라는 자막이 쉴새 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1호점 주인공은 방송 이후 매출이 1/3로 떨어졌으며, 2호점은 지하 매장의 가게가 침수를 겪으며 문을 닫은 상태다. 개업을 준비 중이던 3호점 역시 인테리어 업자 문제로 갈등을 겪으며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CJE&M의 케이블 채널인 tvN <부자의 탄생> 이야기다.
 
CJ E&M이 야심차게 내건 창업지원 방송 프로그램이 일회성 ‘방송용 이벤트’로 전락하며 시청자와 업계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소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취지가 무색할 만큼 ‘대박 환상’을 앞세우며 시청률 높이기에만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 창업 성공의 기회? … ‘대박 환상’ 만 남은 씁쓸한 유혹 
 
지난 7월8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부자의 탄생>. “tvN 사장님이 미쳤어요? 아닙니다. 정말 신촌, 홍대, 가로수길의 가게를 '아이디어'를 가진 분께 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당당히 내걸려 있다. 아이디어 경쟁을 통해 선발된 창업자에게는 창업 지원금만 1억원 상당. 1회 당 제작비만 해도 6000만~7000만원에 이른다.
 
<부자의 탄생>은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 ‘창업’을 선택한 파격적인 시도로 시작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더욱이 단순히 ‘대박 가게’를 소개하는 데 그치는 기존의 포맷에서 벗어나 창업 준비부터 과정까지를 소개하며, 창업 가이드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데 기대감이 컸다. 방송 제작비 등 스케일로만 보더라도 국내 대표적인 케이블 방송 콘텐츠 제작사인 CJE&M이었기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그러나 현재 <부자의 탄생>은 단 5회 방송을 내보내고 촬영과 방송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애초 5호점 개점을 목표로 했으나, 2호점까지 개점을 마친 뒤 내려진 결정이다. 꾸준히 1%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막대한 제작비용을 투자하며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에 내걸었던 CJ E&M 측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성적이다. 제작진은 9월 방송 재개를 목표로 프로그램의 포맷은 물론 전체적인 재정비에 돌입, 시즌2 형태로 방송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방송 중단의 직접적인 계기는 신촌에 문을 열었던 2호점의 침수피해였다. 제작진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였다”며 “현재 다른 지역에 2호점 개장을 위해 점포를 알아보는 중이며 점포비용은 추가로 지원할 계획”으로 밝혔다. 하지만 ‘대박 매출의 환상’이 덧씌어진 방송 내용과 달리 실제 창업 현장에서 취약한 경쟁력을 고스란히 노출한 셈이다.
 
1호점 매장 역시 방송에서는 하루 매출 150만원, 일주일 매출 1050만원을 목표로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그에 비해 1/3에 불과한 수치로 급감한 상황. 예상 연 매출 5억4000만원이라는 방송용 포장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다.
 

 
◆ 창업 지원? ... 방송용 '창업 이벤트' 전락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아이템 선정 방식에서부터 방송 이후의 창업자 지원 등을 살펴봤을 때, 창업 지원이라는 목표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템의 특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 가게 입점 위치. 아이디어만 있으면 가게를 내준다는 <부자의 탄생>은 tvN 측에서 미리 점포를 구해 놓고, 창업 아이디어 콘테스트 형식을 거쳐 선정된 아이템의 창업을 2주간에 걸쳐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 결과 1호점 아이템으로 선정된 치킨전문점은 홍대 3층 건물에 입점했으며, 2호점인 도시락점의 경우 지하매장에 입점하게 됐다.
 
치킨점의 경우 대표적인 1층 아이템이기 때문에 3층은 불리하고, 간단히 들러 구매하는 도시락은 특히 지하 매장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대다수 창업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CJ E&M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송의 특성상 짧은 기간 안에 창업 과정을 보여주다 보니 점포를 미리 구해 놓은 상태에서 인테리어 작업부터 창업을 시작하게 된다”며 “따라서 아이템의 특성에 따라 입지 조건을 맞추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입지 조건 때문에 괜찮은 아이템을 떨어뜨린다면 역차별이다”고 설명했다.
 
창업 컨설팅 관계자는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아이템과 입지 조건의 궁합이다”며 “이를 무시하고 시작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창업 지원’을 홍보 문구로만 사용할 뿐, 실제로는 방송용 아이템 찾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창업 준비기간을 최소 3개월로 잡고 있는 데 비해, 방송에서는 2주만에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연예인을 동원한 떠들썩한 방송 촬영 이후 실질적인 창업 지원이 전무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자의 탄생>은 아이템이 채직된 창업자가 오픈 후 일주일 동안 목표 매출을 달성해야만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방송에서 보여지는 부분에서도 일주일 동안 매출 목표와 진행 과정을 수시로 체크하는 내용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루 매출 100만원 이상, 월 매출 1000만원도 거뜬하다는 방송 결과만 보면, 대박 매장이라는 수식어도 아깝지 않다.
 
하지만 방송 이벤트를 통한 ‘반짝 매출’이 끝나고 나면, 실질적으로 창업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성공 비결 전수는 찾을 수 없다. 창업 1달을 즈음해 ‘중간 점검 촬영’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이 역시 ‘또 한번의 이벤트’에 그칠 뿐 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월세나 가게 운영비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일주일 단위 매출 정산은, 방송에 매출 결과를 부풀리는 효과만 있을 뿐 실제 창업 현장에서는 무의미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익명을 요구한 창업 관계자는 “창업 지원이라는 애초의 취지는 사라지고, ‘대박’이나 ‘로또’와 같은 말만 난무한다”며 “창업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것이 ‘대박 환상’인데 방송을 보면 누구나 쉽게 창업 대박을 꿈꾸는 투기만 조장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날렸다.
 
그는 이어 “케이블 방송에서는 국내 최대의 영향력을 가진 대기업인 CJ E&M에서 대중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창업을 소재로 시청률 올리는 데만 연연하고 있다”며 “방송국이 돈벌이를 위해 창업에 대해 잘못된 접근을 확산하게 되면, 결국 예비창업자들에게까지 그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