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는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다. 호남정맥에서 갈라져 나온 ‘변산지맥’이 서쪽으로 흐르며 바다에 몸을 담그기 전, 문어발처럼 사방으로 뻗으면서 온갖 기암을 빚어놓은 덕에 변산반도 전체가 절경이다. 바다와 접한 해안 쪽은 외변산, 기암의 산봉우리들이 즐비한 산 쪽은 내변산이라 하지만 굳이 안팎 따질 거 없이 모두 빼어나다. 그래서 예로부터 변산반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산해절승(山海絶勝)이라 하여 수많은 시인묵객을 불러들였다.
한쪽 겨드랑이에 바다를 끼고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변산반도 해안도로를 달린다. 날카로운 수평선에 눈을 베이기도 하고 부드러운 갯벌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며, 점으로 떠있는 섬들을 그리워하다가 전나무 숲길로 들어서면 목탁 소리 들려오는 늦가을 산사(山寺)가 반긴다. 내소사(來蘇寺)다.
내소사 진입로
내소사 늦가을 풍경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서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아름드리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이렇게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아름드리 전나무 500여그루와 단풍나무들이 어우러진 600m의 산책길은 내소사만이 간직하고 있는 큰 매력이다.
새싹이 돋는 이른 봄이거나 성하의 여름이거나 단풍 들고 낙엽 휘날리는 가을이거나 아니면 흰눈 덮인 새하얀 겨울이거나, 사람들은 이 길을 지나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특히 어느 계절이든 전나무 특유의 향내가 아직 뿌리 근처에 머물고 있을 이른 아침이라면 숲에서 받는 감동은 곱절이 된다.
천왕문을 지나면 역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반긴다. ‘할아버지 당나무’다. 950살쯤 먹은 이 ‘할아버지 당나무’는 일주문 앞의 느티나무인 ‘할머니 당나무’와 짝을 이룬다. 나지막한 돌담과 삼층석탑도 정겹다. 화려하면서도 소탈한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의 꽃문양 창살도 눈길을 끈다. 요즘 같은 늦가을엔 감나무에 매달린 붉은 감들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이런저런 구경에 하릴없이 마냥 거닐어도 더 없이 좋은 늦가을 절집, 바로 내소사다.
내소사는 관음봉과 세봉의 날카로운 암봉에 안겨 있으면서도 그 품은 한없이 부드럽다. 예전 내소사는 선계사, 실상사, 청림사와 함께 ‘변산 4대 사찰’로 꼽혀 왔다는데 지금은 내소사만 천년을 이어오고 있으니 가히 명당임을 알 수 있다.
내소사는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관도 아주 좋다. 어느 능선에서나 절집의 모든 전각과 당우가 한눈에 모두 들어온다. 절집 너머로 펼쳐지는 잔잔한 곰소만 바다도 눈을 호강시켜준다. 따라서 내소사를 제대로 즐기려면 산을 올라야 한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내소사~관음봉 삼거리~관음봉~세봉~세봉 남릉~일주문으로 이어지는 원점회귀코스(4시간 소요)다. 내소사를 천년 넘게 든든하게 감싸 안고 있는 관음봉과 세봉을 거치는 이 코스는 풍치가 빼어나고 조망도 좋다. 세봉 남릉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기암이 어우러진 풍치가 아주 좋은 능선길이다.
곰소항횟집촌
곰소염전
◆뒷맛이 달짝지근한 1등급 천일염 생산, 곰소염전
내소사 앞바다는 일찍부터 염전으로 유명했던 곰소마을이다. 염전은 큰길가에 있어 구경하기 수월하다. 바둑판처럼 정갈한 널따란 염전에선 따가운 늦가을 햇살을 받으며 소금이 앉고 있다. 염전 옆 누더기 같은 소금창고의 모습에선 고단한 노동과 세월의 더께가 동시에 느껴진다. 지붕 낮은 건물은 바닷물을 끓여 들여 졸이고 졸인 간수를 저장해 두는 곳이다. 타일을 깔아 만든 염전 바닥에 졸인 간수를 넣어 햇볕과 바람으로 말리면 하얗게 소금꽃이 피면서 소금이 앉는다. 운이 좋으면 소금꽃이 피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바닷물이 소금으로 바뀌는 데는 보통 보름쯤 걸린다고 한다.
곰소 천일염은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요즘 웬만한 해안은 공장과 생활 오폐수로 바닷물이 오염되었지만 곰소만 주변엔 오염원이 없어 바닷물이 깨끗하다. 그 덕에 곰소 앞바다 바닷물은 다른 곳에 비해 미네랄이 10배 정도 많다고 한다. 또한 소금결정을 한번 빼낸 간수는 절대로 재활용하지 않는다. 간수엔 염화마그네슘이 포함되어 있어 쓴 맛을 내기 때문이다. 곰소 소금은 간수를 한번만 쓰기 때문에 뒷맛이 달짝지근하다.
곰소염전 천일염과 부안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해산물과의 절묘한 만남. 바로 젓갈이다. 2년 정도 숙성 발효한 곰소젓갈은 원액 100% 그대로를 포장해 오래두고 먹어도 변하지 않는다. 곰소염전과 곰소항 주변엔 까나리액젓, 멸치액젓, 갈치속젓액 등 젓갈을 파는 상점이 즐비하다. 김장철이면 젓갈을 구입하러 오는 주부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김장을 위해 질 좋은 소금과 젓갈을 준비하는 것도 늦가을 변산이 선사하는 선물이다.
여행수첩
●교통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당진상주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 줄포 나들목→보안면→30번 국도→내소사 <수도권 기준 3시간~3시간30분 소요>
●숙박 최근 내소사 진입로엔 24시간 운영하는 찜질방이 생겼다. 이 집의 한증막은 바닥을 지하 2m까지 판 뒤 황토를 채우고 거기에 굵은 소금 300가마를 깔고 대리석으로 쌓은 첨성대형이다. 장작불로 데우는 한증막에 들어서는 순간 입구서부터 풍기는 그윽한 솔향에 마음이 편해진다. 전체를 편백나무로 지은 건물 1층은 휴게실, 2층은 취침실로 분리되어 있다. 변산 산행 후 샤워만 할 경우 3000원, 찜질과 1박은 8000원. 간단한 식사도 차린다. 미역국·잔치국수·라면 각각 3000원. 내소찜질방 063-582-8850, 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745-1
내소사 입구에 정든민박(063-582-7574), 마당바위민박(063-582-7582) 등 10여집이 민박을 친다. 숙박료는 3만~4만원 내외.
●별미 곰소젓갈단지 옆에 위치한 곰소궁횟집(063-584-1588)은 젓갈정식 전문식당. 젓갈정식엔 가리비젓·오징어젓·어리굴젓·순태·골뚜기젓·주꾸미젓·낙지젓 등 10여가지의 젓갈이 올라온다. 1인분 1만원. 주변에 백합죽을 차리는 식당도 많다. 곰소항에는 활어회를 차리는 횟집촌이 형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