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타>는 아르헨티나의 역사를 써간 인물인 에바 페론의 삶을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열다섯에 집을 떠나 서른셋에 모든 것을 이루고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에바 페론은 1940년대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후안 페론의 부인으로 지금도 아르헨티나에서는 성녀와 악녀로 뚜렷하게 평가가 갈리고 있다.
극은 에바 페론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시작된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서른세살의 젊은 나이에 백혈병과 자궁암으로 최후를 맞는다. 아르헨티나의 온 국민은 그녀의 죽음을 열렬히 애도한다. 그 중 한 남자 만이 에바 페론이 아르헨티나를 부하게 했는지 의문을 던진다. 바로 극을 이끌어가는 체 게바라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쿠바 혁명의 아버지라 불리는 체 게바라는 실제로는 에바 페론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뮤지컬 <에비타>는 두 인물을 한무대에 등장시킨다. 체 게바라는 자칫 극이 에바 페론 찬가로 그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아르헨티나의 두 역사적인 인물은 탱고를 추는 장면으로 이념의 차이를 드러낸다. 국민을 위한다는 전제하에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한 에바 페론과 체제 전복을 꿈꾸는 체 게바라의 대립을 격정적인 탱고로 녹아들게 한 것이다.
잘 짜인 동선의 무대 연출은 국내 정상급 연출가인 이지나 연출과 박동우 무대디자이너의 노하우를 보여준다. 무대 장치와 효과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적절하게 극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뮤지컬넘버 'Don't Cry for Me Argentina'의 익숙한 선율과 다양한 변조는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에바 페론 역의 정선영과 리사는 극을 이끌어 가기에 손색이 없다. 체 게바라 역할을 맡은 가수 출신의 배우 이지훈이 보여주는 발군의 실력도 기대해 볼 만하다.
이 작품은 극을 보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에바 페론이 가난한 아르헨티나 국민을 사랑한 성녀인지,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가경제를 파탄에 몰고 간 악녀인지 말이다. 대답 역시 관객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