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은 회원사를 방문하겠다."


'현장경영'을 표방했던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이 취임 한달을 맞았다. 제28대 회장으로 무역협회를 이끌게 된 그는 취임사에서 "무역업계가 활동할 수 있는 넓은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FTA 전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한덕수式 '스피드·현장경영' 시동

한국무협협회의 총수로서 한 회장에 대한 지난 '한달의 평가'는 빠른 의사결정과 무역현장을 찾아가는 능동적인 경영행보를 보였다는, 다소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특히 스피드경영에 대한 주변의 평가가 후하다.

취임 후 이틀 만에 그는 동양피스톤 등 한미 FTA 발효로 수혜가 예상되는 경기도 소재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9개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미 FTA 활용 점검과 무역현장의 애로사항을 귀담아 들었다.

그리고 집무 나흘 만에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 협회 내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무역인력 양성, 해외상담회 등 기업지원제도 전반에 걸쳐 대안을 제시하는 '기업경쟁력실'을 신설했고, 신성장과 서비스 산업 등 수출산업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미래산업실'을 설치했다. 여기에 상근임원 인사도 단행했다. 김무한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켜 경영관리본부장에 임명했으며 1급 직원 3명은 감사와 상무보에 발탁했다.


 
이 같은 조치는 한 회장이 취임 당시 임원들과 가진 '티타임'을 통해 조직개편·인사의 중요성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의 '스피드 경영'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 3월9일 경기도 성남시 소재 섬유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한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협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회의 기능'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며 전 직원들의 명함을 바꾸도록 지시했고 협회 홈페이지도 새롭게 바꿀 것을 지시해 주목받은 바 있다.
 
◆FTA 전도사 자처 "무역 2조 달러? FTA가 답"

취임 한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한 회장은 현재 긴급현안이 된 한미 FTA 발효에 대한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회장이 무협의 새 사령탑에 오를 때 'FTA 전도사'라는 평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협회의 장기적 청사진인 '무역 2조달러'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라도 'FTA 활용'이 유일한 열쇠라는 점을 강조한다.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열려면 7만 무역인들에게 넓은 시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 큰 시장을 확보하는 중요한 정책 중의 하나가 바로 FTA입니다."

한 회장이 이처럼 한미 FTA 발효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좁은 국내시장과 부존자원 부족을 극복하고 국민의 생활수준과 복지향상을 위해서는 국민·기업·정부가 힘을 합쳐 개방과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길이 FTA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한 회장은 FTA 발효를 계기로 외자유치 성과를 높이려면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중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연회나 간담회 등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 ISD는 외국인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의 협정의무 위반 등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별도의 중재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그는 이와 관련 "투자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혹시 있을 수 있는 외국정부의 차별에 대해 구제해주는 ISD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무역업계 새 비전 제시, 낙하산 오명은 벗어야

한 회장의 역할론에 이처럼 한미 FTA가 크게 자리하지만 신임 무역협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와 과제는 따로 있다.

우선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하고 이를 무역업계 내에서 '호기'로 전환시켜야 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첫번째 과제다.

앞서 한 회장은 관세청에 첫발을 내디딘 후 특허청, 통상산업부, 통상교섭본부, 재정경제부를 거치면서 무역업계와 연을 맺었고 주미대사 시절에는 한미 FTA 미의회 비준통과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등 무역업계의 활동영역을 확대하는 데도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한 회장이 정부의 '히든카드'로 무역협회장 자리에 오른 만큼 일부 정치권과 소비자단체들을 중심으로 한미 FTA 발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고, FTA 발효와 무역업계의 이익을 서로 연결시킬 현실적인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한미 FTA가 '4·11총선'을 겨냥한 정치적인 이슈라는 해석이 많아 협회는 한미 FTA에 크게 신경쓰지 말고 무역업계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종천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무역지원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지속적인 무역증대를 이루는 일에도 신임 회장은 신경써야 할 것"이라며 "상품무역이 아닌 서비스무역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충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업무영역과는 별개로 취임 이전부터 야기됐던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벗어야 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한 회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중 하나다.

그동안 무협은 1946년 창립 이후 역대 회장 16명 가운데 3명만 업계 출신이 선임됐고 나머지 13명은 모두 정부 고위관료들이 퇴직 후 협회장을 맡았다. 무역업계 출신이라고 해봐야 박용학 대농그룹 회장, 구평회 전 LG상사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등 고작 3명뿐이었다.

과연 한 회장이 빠른 기동력과 현장경영을 내세워 '무역협회장은 낙하산 자리'라는 오명을 제대로 씻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한덕수는 누구
1949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통령비서실 통상산업비서관, 특허청장,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주OECD대사 등을 거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 주미국대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