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1월, 단 20자만을 배울 수 있는 어린이 한자 학습 도서가 발간됐다. 학습서 치고는 한자의 수가 지나치게 적고 모두가 영어에 몰입하는 상황에서 이 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지난 9년 동안 총 21권의 시리즈가 출판됐고, 무려 1500만권이 팔렸다. 책의 제목은 <마법천자문>. 이전의 만화는 공부에 방해되는 요소였지만 <마법천자문>은 만화의 재미라는 요소에 학습을 결합해 ‘한자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책’으로 자리 잡았다.
 
<마법천자문>처럼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모형이 바로 ‘스핑클’이다. 도서 <통찰모형 스핑클>에 소개된 이 모형은 전세계 비즈니스 성공 사례의 공통점을 추출해서 개발됐다. ‘과제 발견-해결책 탐색-낯섦과 공감 평가’의 3단계로 구성돼 있다.

 

통찰모형 스핑클은 당면한 과제를 정의하고 발견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제아무리 직관이 뛰어난 사람도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1834년 제이컵 퍼킨스는 68세의 나이에 역사상 최초의 냉장고를 개발했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음식을 오래 보관하고 싶다’는 욕구의 ‘결핍’이 있었고, 이를 발견한 퍼킨스는 그 결핍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얼마만큼 결핍돼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므로 결핍을 발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의 고민, 즉 두가지 모두 하고 싶지만 하나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갈등이 있다. 이것이 바로 두번째 해결과제인 ‘모순’이다. 이 모순을 발견하고 해결하면 소비자들의 효용이 증가하게 된다.
 
우리는 대개 쓰레기더미 옆에 쓰레기를 버린다. 응당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동일한 패턴으로 인식돼 한쪽으로 쏠려 있는 개념 혹은 현상을 스큐드(skewed)라고 한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무심코 지나치지만 당연한 현상을 특별한 사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로 문제해결의 시작점이다.
 
스핑클에서 과제가 명확하게 정의되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의 7가지 과정을 통해 해결책을 탐색한다. 1. 반대(opposition):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의 정반대 측면을 살펴보기, 2. 수정(change): 기존의 개념이나 형태에 일부를 수정하기, 3. 결합(combination): 서로 다른 개념으로 존재하는 것들을 결합하기, 4. 대체(substitution): 다른 개념이나 도구로 바꾸기, 5. 보완(complementarity): 모자라거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보충하기, 6. 분리(detachment): 하나의 카테고리에 속한 것을 둘로 나누거나 상반된 개념을 부각시키기, 7. 제거(elimination): 기존의 것에서 불필요한 사족을 생략해 본연의 효용 높이기.
 
2단계를 통해 과제를 해결할 아이디어와 전략이 도출됐다면 이를 실행하기 전에 ‘낯섦(Novelty)’과 ‘공감(Sympathy)’이라는 2가지 기준으로 평가를 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돼야만 비로소 정보처리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오리온 초코파이 정’의 광고 시리즈다. 원래 초코파이와 정은 한번도 이어진 적이 없는 낯선 관계였지만 한 광고에서 초코파이와 정을 연결해줬다. 광고 속에 등장한 시골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초코파이를 선물하는 단발머리 소녀의 감정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광고는 이렇게 ‘초코파이’와 ‘정’이라는 낯선 조합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통찰모형 스핑클은 이와 같이 우선 과제를 명확히 하고 7개의 사고방법을 통해 해결방법을 도출한 후 ‘낯섦’과 ‘공감’이라는 기준을 통해 이를 평가하는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내일 아침까지 기발한 기획서를 상사의 품에 안겨주기 위해 오늘도 늦게까지 생각이 멈춘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면 급한 마음에 과거 기획안을 뒤적이거나 웹서핑을 하기 보다는 스핑클 모형을 따라 우선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 보면 어떨까. 그 동안 보면서도 알아채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신병철 지음 / 웅진윙스 펴냄 / 1만 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