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비용을 절약하면서 회사는 수익도 낼 수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사회적기업의 의미를 간단히 표현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난청인들의 보청기 구입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딜라이트도 '서울형사회적기업(서울시가 고용노동부가 인증하는 사회적기업 요건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잠재력을 갖춘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으로 주목 받고 있는 곳이다. 난청인들에게 보청기는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아날로그방식 보청기는 70만~80만원, 디지털방식은 150만원에 달할 정도니 저소득층에게는 상당한 고가품이다.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는 이 점에 문제의식을 느꼈고 해결 방안을 고민했다. 그리고 그는 난청인들에게 지급되는 정부보조금만으로도 살 수 있는 보청기를 보급하는 방안을 생각해냈다.
보청기 가격의 거품을 빼면 고객들의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고 고객이 늘면 회사의 수익도 증가할 것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더 넓게는 사회적으로도 이로운 사업이 되는 셈이다.
사진_류승희기자
◆가격 거품 빼니 귀가 밝아지더라
딜라이트에서 보급하는 보청기는 34만원이다. 유명 업체의 보청기 가격과 비교하면 적어도 절반, 많게는 3분의 1이나 5분의 1 수준이다. 34만원이란 가격은 정부가 청각장애인들에게 지급하는 보청기 구입 보조금 약 30만원에 맞춰 책정된 것이다.
김 대표는 "국내외 사회적기업에 대해 연구하던 중 우리나라는 난청인들을 위한 사회적기업이 발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딜라이트를 설립했다"며 "정부가 지정한 청각장애 기준에 해당되면 보청기 구입 시 30만원 정도 지원되는데 보조금만으로도 보청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품 가격에서 거품을 빼면서도 최소한의 수익을 내려다보니 인건비나 유통비 등도 최대한 아꼈다고 한다. 다행히 딜라이트를 찾는 고객이 점차 늘었고, 처음에는 온라인을 기반으로만 회사가 운영됐지만 어느새 9개의 오프라인 지점이 설립됐다.
김 대표는 "현재 전체 직원은 41명이며 모든 지점이 직영으로 운영된다"며 "앞으로도 무리해서 사업을 확장할 생각은 없지만, 부산과 대전에서 수요가 많아 현재 지방 중에선 부산과 대전에만 지점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
나름대로 사회적기업이 국내에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김 대표는 정부 정책에 아쉬움도 내비쳤다. 무엇보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의 부재, 특히 정부의 획일적인 판단 기준을 문제로 지적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명확히 선을 긋고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며 "그런데 노동부가 사회적기업의 기준을 법제화시켜서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에는 인건비 등의 형태로 자금이 지원되는데 단순히 지원금만을 노리고 사회적기업을 내세우는 기업도 있다"며 "사회적기업의 기준을 계량화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부가 아닌 지자체를 통해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경우도 있으며, 딜라이트는 서울시 인증을 받은 경우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 간에 갈등도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
그는 "굳이 공적인 자금 지원을 바라고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거나 경영해선 안 된다"며 "사회적기업의 기준도 민간의 판단에 맡기는 게 맞고, 정부 지원이 아닌 민간투자를 통해 활성화되는 게 올바른 방식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딜라이트 외에 다른 사회적기업 후원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사회적기업이 성장해 우리 사회에 나눔 문화가 확산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청년 벤처사업가 김정현 대표는 누구
1986년 서울에서 출생한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는 유망한 청년 벤처사업가로 주목 받고 있지만, 보통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지극히 평범한 길을 걸어왔다. 오히려 그는 자신이 청소년 시절 항상 방황만 하는 '불량 학생'이었다고 평가했다.
청소년 시절 그는 공부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지만 뒤늦게 학업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톨릭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했으며, 올 가을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대학 시절 사회적기업 연구 동아리 활동은 삶의 전환점이 됐고,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딜라이트를 설립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한민국 인재상'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젊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교육과학부가 2001년 재정한 상이다. 이밖에도 중소기업청장 핵심기술 부문 금상, 청년창업 부문 대상, 대한민국 소셜벤처대회 대상 등을 수상하며 유망한 벤처기업인이자 시회적기업가로 인정받았다.
지난 4.11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김 대표를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하려 했고, 당선이 유력한 10번 안팎의 비례대표 번호가 부여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사업가로서 아직 할 일이 많고, 내가 갈 자리는 아닌 것 같다"는 이유로 비례대표 후보를 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