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경제가 심각하게 출렁인다. 따라서 외화를 안정적인 수준까지 확보해 유동성을 줄이는 것이 절실하다.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둔화로 우리나라 외화유동성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외화유동성을 안정시키고자 외화예금을 확충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은 지난 6월 말 '외화예금 확충방안'을 발표하고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질적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정부와 기관이 외화예금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장기적으로 개인 및 기업 고객이 외화예금에 가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방안이 실효를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화예금의 금리는 원화예금에 비해 턱없이 낮아 관심을 끌기 어렵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외금리차가 확대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금리차가 언제 복구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내외금리차는 국가신용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를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환차손이나 금리차손이 높기 때문에 거주자(6개월 이상 국내 체류자)가 외화예금에 가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장기적인 방안을 통해 정부와 기관이 예금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갈 길 먼 외화예금 확충
국내 은행의 외화예금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외화예금은 올해 4월 기준 373억달러로 은행 총 수신의 3%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구조를 가진 대만(10.3%)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편이다.
외화유동성 위기를 잠재우려면 단기예금보다 장기예금이 필요한데 국내에 예치된 외화예금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71%를 차지한다. 게다가 국내 외화예금은 개인의 외화수입 기반이 약해 기업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기업의 외화예금 비중은 전체 외화예금의 89.2%를 차지한다. 기업이 가입한 외화예금은 주로 무역을 위해 사용돼 단기 예금이 많다. 개인 외화예금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은 우선 해외교포와 해외 체재자를 대상으로 비거주자의 장기 예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를 현지화해 현지의 외화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 두 지 방안 역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우선 해외교포가 국내 은행의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이 까다롭다는 점이 문제다.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역시 대부분 현지 영업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해외에 진출해 있는 은행들은 현지은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해외기업의 현지법인을 어떻게 유치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들은 금리나 환율뿐만이 아닌 글로벌 자금관리 서비스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은행은 비용 문제로 이러한 서비스를 할 수 없어 씨티은행과 같은 외국계 은행이 이를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현재의 시장여건이 외화예금 확대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나 시장 상황은 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외금리차도 경제 성장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장기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이번 방안을 은행에 구체적으로 실현시키기엔 부담스러운 눈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방안에 대해 은행 등 관련 기관에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신 해외여행 후 남은 외화지폐를 예금하는 것 등의 방안으로 장롱 속 외화를 유치하거나 해외교포가 한국 방문 시 국내은행에 외화계좌를 개설하는 등의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 현명한 외화예금 가입 요령
개인 고객 중 외화를 필요로 하는 실수요자는 많지 않다. 실수요자 고객 사이에서도 외화예금에 대한 반응은 갈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원화가 뛰어야 얼마나 뛰겠느냐며 관심이 없는 고객이 있고, 쌀 때 미리 사놓겠다는 고객도 있다"며 "외화예금은 평가손실과 평가이익의 가능성이 모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화예금 금리는 보통 1.5~1.8% 수준으로 원화예금 금리의 절반 수준이다. 또 금리가 매일 달라지고 기간별로도 은행마다 차이가 있다. 은행 관계자는 "외화예금은 원화에 비해 금리가 낮기 때문에 금리 이외에 다양한 서비스를 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 외화예금은 금리보다 환차에 따라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입 시점과 환매 시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전에는 환차익을 기대하고 환투기를 벌이는 예금자가 많았는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기성 예금에 대해 경계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화예금 시장이 환투기의 시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는 되레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금융당국의 방침과 대치된다"고 말했다.
◆ 외화예금, 금리 낮지만 부가서비스로 승부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외화예금은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환율우대, 환전수수료 할인, 송금수수료 할인 등의 부가서비스를 담고 있다.
우선 국민은행의 'KB국민UP외화정기예금'은 외화 자금 사용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이 상품은 필요할 때 분할 인출할 수 있고 중도해지해도 월단위로 약정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이 상품은 매월 이율이 계단식으로 올라가 예치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리하다.
신한은행의 '신한 실속환전통장'은 환전 전용상품으로, 환율이 낮을 때마다 미리 조금씩 수수료 없이 계좌에 사두고 해외여행 후 남은 외화도 통장에 입금해둔 후 언제든지 수수료 없이 다시 찾아 사용할 수 있다. 또 이 상품은 통장 하나에 위안화 등 10개 주요 통화를 한꺼번에 예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통장을 이용해 환전하면 최고 50% 환율우대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의 '외화서비스하나 통장'은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갖고 있다. 환율우대 50%, 수수료우대 50%, 해외송금자동이체서비스, 환율알리미서비스, 자동화기기 현금인출(원화) 서비스, 편리한 이체(인터넷, VM모바일, 자동화기기) 등 다양한 부가 혜택이 있다.
해외여행을 증빙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통장도 있다. 외환은행의 '세상구경외화여행적금'은 해외여행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하거나 자동이체 신청 및 본인명의로 송금·환전 등 외환거래를 하면 최대 연 0.3%포인트의 우대이율 혜택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