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가 가고 계사년(癸巳年) 뱀의 해가 밝았다. 지난해 증시에서는 용처럼 거대한 몸집을 뽐내는 대형주가 활개를 쳤다면 올해는 뱀을 닮은 중소형주가 왕성하게 움직일 전망이다.
뱀은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는 공포의 대상이자 흉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서는 '치료의 신'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에는 뱀이 크면 구렁이가 되고 이 구렁이가 더 크면 이무기,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으면 용으로 승격한다는 설화가 있다.
대형주는 웬만한 악재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수십만~100만원 이상 되는 주가는 일반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그에 비해 중소형주는 누구나 가격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성장성이 탁월한 중소형주는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은 것처럼 투자자의 수익률을 승천시키기도 한다.
올해 증시는 그 어느 때보다 여의주 역할을 할 중소형주의 출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지난 5년 동안은 대형 수출기업이 시장을 이끌어왔지만 이제는 대형주 상승사이클에서 중소형주 상승사이클로 변하는 시기"라며 "과거 사례를 봤을 때도 중소형주는 글로벌 쇼크 이후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시기에 강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권의 경제정책이 대기업보다는 중소·중견기업에 무게가 실려 있고 경기부양을 위해 세계 주요국가들이 시장에 풀어놓은 유동성이 중소형주로 밀려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중소형주 강세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 전쟁 가속…옵트론텍 등 주목
증권사들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와 관련된 테마를 유망 중소형주로 첫 손가락에 꼽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종목은 카메라 관련업체들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스마트폰 내 카메라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800만화소 이상급 고화소 카메라폰의 시장 침투가 가속화 될 것"이라며 "삼성 갤럭시S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 시리즈 등의 고화소 카메라 장착 경쟁이 치열해 지난해 800만화소 카메라폰 확산에 이어 올해는 1300만화소 카메라폰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해상 영상을 제공하기 위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LG와 팬텍은 이미 1300만화소 카메라폰을 양산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갤럭시S4(가칭)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1300만화소 카메라폰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는 지난해 상반기 41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 '808 퓨어뷰'를 출시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고화소 카메라 전쟁으로 큰 수혜가 예상되는 업체는 자화전자와 옵트론텍 등이다.
자화전자는 초소형 AFA(자동초점구동장치)를 생산하는 업체로 자화전자의 AFA는 500만화소 이상 고화소 카메라폰 판매 확대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은재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자화전자의 K-IFRS 연결기준 매출 가이던스는 3700억원으로 전년대비 51% 상승할 전망"이라며 "삼성 보급형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고사양 카메라 탑재가 급증하면서 실적 고성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화전자는 800만화소 카메라 모듈을 기준으로 삼성 내 점유율이 35~40%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옵트론텍은 고마진 제품인 블루필터 물량 확대로 지속적인 실적 개선세가 예상된다. 블루필터는 컬러 이미지 촬영 시 화질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하며 평균판매단가(ASP)가 기존 반사형 IR필터보다 5배 이상 높다.
이민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블루필터 생산업체가 제한적인 가운데 옵트론텍의 블루필터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모델에 독점 채용되고 있다"며 "이미지센서용 필터 출하량 중 블루필터 비중이 늘어나면서 지속적인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옵트론텍의 이미지센서용 필터 출하량 중 블루필터 비중은 지난해 2분기 27.4%에서 3분기 37.4%로 증가했다. 또 지난해 3분기부터 200억원 규모의 블루필터 전용 라인을 구축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고 수요확대에 따른 추가설비도 진행 중이란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밖에 파트론과 나노스, 캠시스, 디지탈옵틱, 세코닉스 등도 스마트기기 카메라와 관련한 유망주로 거론된다.
모바일 부품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변 팀장은 "작년 모바일 부품업체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40.3%, 영업이익은 60.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삼성전자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라며 "최근 3분기 연속 스마트폰 판매량 세계 1위를 달성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사를 완전히 따돌리기 위해 올해 스마트폰 판매목표를 시장 예상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잡고 있어 모바일 부품주들은 올해도 스타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75% 증가한 3억5000만대로 설정했다. 이는 시장예상치 2억5000만대를 40% 초과한 수치다.
유망주로는 국내 유일의 SAW필터 제조업체인 와이솔과 PCB(인쇄회로기판) 생산업체인 대덕GDS, 디스플레이 및 터치패널용 FPCB(연성인쇄회로기판)를 주력으로 하는 비에이치를 제시했다.
◆고령화산업 수요확대…의료기기 성장성↑
건강관리와 관련된 업체도 관심을 높여야 할 종목이다. 박양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실시, 베이비부머 은퇴 본격화로 고령화 산업에 대한 시장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의료기기업체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심 있게 볼 의료기기업체로는 바텍과 피제이전자, 휴비츠 등이 꼽힌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바텍은 치과용 X-레이 등의 영상 진단장비를 전문제조·판매하는 업체로 국내 3D 진단 장비(Dental CT) 시장의 90%, 국내 2D 진단 장비(디지털엑스레이)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며 "올해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 안정화를 앞세워 신흥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휴비츠는 안과 및 안경점용 필수 진단장비 국내 1위 및 글로벌 3위권 기업으로 중국시장을 발판으로 고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된다. 피제이전자는 초음파진단기기 전문생산업체로 매출 기준 65%를 GE와 지멘스에 납품하고 있다. 피제이전자는 2008년 643억원이었던 매출이 2011년 1023억원으로 59.1%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0억원에서 109억원으로 172.3% 늘어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자동차 부품과 중국소비, 전자결재, 정보보안 관련주도 투자를 고려할만한 중소형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