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페인의 명문 축구단 FC바르셀로나가 협동조합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FC바르셀로나는 구단의 팬 19만명이 가입비(한화 약 28만원)를 내고 조합원이 되는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된다. 매 6년마다 바뀌는 구단주도 조합원인 팬들이 스스로 뽑는다.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프뉴경기장에는 'MES QUE UN CLUB'(More than a club: 축구클럽 그 이상)이라는 큼직한 글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유니폼도 '축구클럽 그 이상'을 보여준다. 2010년까지 축구복에 기업광고가 아닌 유니세프 로고를 넣은 것이다. 수천억원을 받을 수 있는 광고비를 포기하고 유니세프로고를 넣음으로써 매년 0.7%를 유니세프에 기부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 인구 37만명의 이탈리아 작은 도시 볼로냐는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달러를 넘는다. 유럽연합에서도 볼로냐는 잘 사는 지역 5위 안에 꼽힌다. 이 지역경제의 원동력은 협동조합에서 나온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볼로냐의 협동조합은 400여개. 지역 경제활동의 45% 이상을 이 협동조합이 차지하고 있다.
협동조합의 수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의 생협과 같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부터 농업 등을 담당하는 생산자협동조합, 택시협동조합 등 볼로냐는 협동조합을 빼 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주택 역시 협동조합을 통해 구입한다. 볼로냐의 주택협동조합인 '콥안살로니'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공장 노동자와 가난한 서민 등이 집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 결과 볼로냐 주민의 85%가 주택을 소유할 수 있었다. 자연히 부동산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볼로냐에서 부동산 투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협동조합을 통해서도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조합원은 10년간 임대료를 내면서 거주한다. 이후 집을 살 때에는 임대료 역시 주택가격에 포함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볼로냐 협동조합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조합원의 윤택한 삶과 일자리 제공이 목적이다.
협동조합이 만들어내는 기적은 선진국 여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시장 경제가 강한 미국에서도 협동조합은 크게 발달했다. 오렌지농장주가 모여 만든 썬키스트, 포도협동조합인 웰치스, 미국의 기자조합인 AP통신 등은 모두 협동조합으로 성공한 모델이다.
이러한 '꿈같은 일'의 실현이 우리나라에도 눈앞에 다가왔다. 국내에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협동조합의 문이 넓어지게 된 것이다. 진입장벽이 한층 낮아진 만큼 해외의 협동조합처럼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사진_류승희 기자)
◆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세워지는 협동조합
"협동조합은 분명 민주적인 사업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의 시민의식 역시 중요하죠. 서구의 협동조합도 잘 다져진 민주주의의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이 꼽은 선진국 협동조합의 성공비결이다. 민주주의와 지역공동체가 협동조합을 키워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일 뿐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개념이 아직은 척박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김 소장은 특히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지역 공동체의식이 결여됐음을 지적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지역 공동체가 파괴됐다는 것이다. 또 새마을운동이 경제부흥을 가져오긴 했지만 오히려 마을축제를 없앰으로써 지역 고유의 색깔이 사라지게 됐다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볼로냐는 100년이나 걸렸고 퀘백은 제도를 만드는 데만 10년이 걸렸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협동조합의 또 다른 형태인 계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적응이 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세대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으로 협동조합에 접근해야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김 소장은 정부의 지원이 확대된 만큼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지원만 받고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기틀을 잘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_머니투데이
◆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 '산적'
세계 1위의 키위 판매회사인 제스프리인터내셔널은 뉴질랜드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마케팅에 나섰기 때문에 지금의 성공이 가능했다. 제스프리는 키위농가협동조합인 뉴질랜드 키위생산자협동조합의 자회사다. 키위생산자협동조합이 생기게 된 건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 속에 키위 농가가 '줄 파산'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키위농가를 육성하기 위해 제스프리만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제스프리는 세계 1위의 키위 수출회사가 됐고 제스프리의 수입은 농가가 모두 나눠 가졌다.
시장옹호론자들은 뉴질랜드 정부에 대해 '독점적이다', '반시장적이다'며 비난의 날을 세운다. 하지만 무한경쟁한 결과 농가가 파산하는 지경에 이른 만큼 뉴질랜드 정부는 협동조합을 독점금지의 예외로 인정했다. 독점규제의 취지가 단 1%에 속하는 대기업이 과도하고 부당한 이윤을 챙기는 걸 막자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제도적 정비가 미비한 상황이다. 제주도의 감귤농업 사례는 사회 제도적 정비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제주도의 귤 농가는 '해거리' 때문에 고심했다. 귤이 많이 열리는 해가 지나면 이듬해에는 꼭 흉작하게 되는 해거리로 인해 농가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과실 생산량에 따라 가격이 배로 파도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 지자체와 귤 농가는 유통명령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귤이 많이 열리는 해에는 가장 작은 귤과 큰 귤을 제외한 후 유통함으로써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귤값을 안정화시킬 수 있었고, 농민의 수입도 보전됐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주도의 유통명령제에 제동을 건 것이다. 수급을 조절하는 행위가 시장질서에 반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시행 3년 만에 유통명령제는 폐지됐다. 다시 귤값은 해마다 요동쳤고, 농가의 수입 역시 불안정해졌다.
김 소장은 "관가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협동조합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걸림돌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협동조합에 별도의 혜택을 줄 필요는 없지만 미필적 고의에 의해 협동조합이 받는 피해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