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 요셉이야기를 각색한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에는 주인공이 등장하기 전부터 반가운 얼굴이 나온다. 바로 TV프로그램 <붕어빵>으로 얼굴을 알린 이믿음·이마음군이다. 아빠인 배우 이정용씨와 함께 뮤지컬 나들이에 나선 아이들은 한껏 고조된 표정이다.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삼부자를 만났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과 그런 아들들을 어르다가 호통치다가를 반복하는 이씨의 모습은 여느 부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삼부자가 뮤지컬에 함께 출연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믿음이와 마음이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어서 <요셉 어메이징>의 제작사에 아이들이 어린이 합창단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부탁했죠. 제작사 측에서는 오히려 반가워하면서 출연을 허락해줬어요. 그리고는 저에게는 뜻하지 않게 파라오 역을 제안했죠."


사진_류승희 기자

 

아이들 덕분에 그가 캐스팅된 셈이다. 그가 맡은 파라오 역은 비교적 잔잔한 뮤지컬에서 엘비스프레슬리 스타일로 분하며 극의 활기를 더한다. 파라오 역은 조남희·김장섭씨와 함께 트리플캐스팅됐는데 이씨는 근육질의 파라오로 그만의 각색을 더했다. 


"뮤지컬계의 대선배인 조남희·김장섭 선배와는 조금은 다른 이미지일 수 있어요. 오랫동안 뮤지컬만 해온 그분들보다는 제가 노래를 못 부를 수는 있지만 더 생동감 넘치는 파라오를 연기하려고 합니다."


그는 고음부의 발성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그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공연하려고 했는데 한계에 부딪히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특히 노래실력 없이 몸만 키웠다는 사람들의 지적이 가장 두려웠다. 그래서 노래연습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몸 관리를 위해서 지난 5년간 먹지 않던 밥도 먹기 시작했다. 다이어트식만 먹고서는 노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제가 실력이 부족하면 '한계에 부딪혔구나'하고 포기했어요. 하지만 이번 공연은 달라요. 한계를 뛰어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샤롯데라는 대형공연장에서 공연하는 만큼 관객의 기대도 남다르기 때문이죠. 아들들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요."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자신의 공연은 늘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특히 막 공연을 시작한 2월 초 무대에서 자신의 최고기량을 선보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2월14일 공연이었어요. 제 분량에서 거의 실패했다고 말할 정도로 너무 못했죠.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날 팬 사인회가 있었는데 나갈 수가 없었어요. 그 이후로는 더욱 연습만 할 뿐이에요. 연습밖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는 여전히 노래실력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공연이 끝난 후에는 파라오에 대한 칭찬이 쏟아진다. 위트가 넘치는 파라오 역은 배우이자 개그맨인 그에게 적격이었다. 개그맨 치고 노래를 잘한다는 관객의 평도 있다.


사진_류승희 기자

 

개그맨으로 얼굴을 알린 이정용씨가 뮤지컬로 데뷔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1993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시작으로 <그리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에서 앙상블로 활동했다. 당시만 해도 뮤지컬은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배우 층이 얇았고, 무대환경도 열악했다.

"지금은 뮤지컬이 스타의 등용문이 될 정도로 좋은 배우들이 참 많아요. <요셉 어메이징>에도 기량이 뛰어난 11명의 남자 앙상블을 보면 마음이 다 뿌듯할 정도입니다." 


'이정용'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몸짱'이다. 한때 체지방률이 채 3%도 되지 않을 정도로 독하게 몸을 만들었다. 드라마에서 장수역할을 맡았는데 그에 걸맞은 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올해로 45세가 된 이씨의 몸은 한눈에 봐도 탄탄하다. 20대도 울고 갈 몸매다. 왜 그렇게 몸을 독하게 만드느냐고 물었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은 운동에 중독됐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그의 답은 의외였다.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다른 배우와 비교해서 두드러진 장기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배우의 끝을 본 거죠. 그래서 다른 배우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몸을 키웠죠."


그는 이후 매일 닭가슴살과 바나나, 정제된 단백질분말만 먹었다. 그렇게 독하게 식단을 조절하고서도 몸에 정체기가 왔을 때에는 당분이 전혀 없는 아메리카노 커피마저 끊었다. 그렇게 10년간 이를 악물고 몸을 만들었다. 그는 가방을 열어 아직도 닭가슴살과 바나나 도시락을 먹는다며 보여준다.


"처음에는 제 몸을 자랑하는 게 좋았어요. 힘들게 만든 몸이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몸을 통해서 단련한 제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마흔이 넘은 나이에 이만큼 몸을 만든 배우는 아마 저밖에 없을 겁니다."


배우에서 개그맨으로, 다시 배우로 돌아온 이씨에게 최근 따라붙는 수식어가 또 있다. '믿음이·마음이 아빠'다. 아이들과 함께 TV에 출연하면서 얻은 게 더 많다. 그저 딱딱한 이미지의 배우 이정용이 아닌, 인간적인 면을 시청자에게 보여주게 된 것.


"'믿음이·마음이 아빠'란 수식어가 제게 가장 큰 부담감인 것 같습니다. 아빠로서 행동거지 하나, 말 한마디를 조심하게 됐으니까요. 아이들이 저를 계속 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20년의 배우인생 동안 두 아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 아내인 한민아씨도 "예전에는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이 없었지만 지금은 열심히 일하는 아빠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며 "믿음이·마음이가 아빠를 존경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돼서 참 감사하다"고 뿌듯해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